물가 폭탄에도 대통령 사진 못 버려'욕쟁이 할머니' 쫓겨나면 국민 불행

새벽 전통시장 국밥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을 호호 불다가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듯 한 모습.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서민들의 감성을 끌어내는데 충분한 광고문구였다.

민심을 끌어내 표를 얻고 지지율을 올리는데, 전통시장만 한 곳이 없기에 후보자 시절이나 당선 후 시장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그들의 손을 잡는 사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전통시장 사람들의 손을 잡은 정치인들 손에 체감경기가 과연 전달될까?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정치인과 집세가 밀려 쫓겨날 판인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의 손은 금과 나무 부스러기다.

체감경기가 통할 리 없다. 그래도 시장 사람들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시장을 방문하면 반갑게 맞아 준다. 왜? 믿을 곳은 그들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에 시장 경기가 좋아지고 나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71) 씨가 대통령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믿었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 지 3년이 접어드는데, 국밥 주재료 고기 한 근 3천 원 하던 것이 7천 원에서 1만 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물가 폭탄에 장사가 되지 않아 집세 7개월치가 밀렸다면 이쯤 해서 사진을 떼어 낼 만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저 양반이 얼마나 애가 타겠어, 하려고 하는데도 공은 하나도 안 나타나고"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경제 대통령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니까 국밥 푹푹 퍼 처먹고 경제나 살려 달라"고 아직도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와 친서민 정책을 국정 기조로 삼고 심지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여의도 취임식장에서 맸던 옥색 넥타이까지 다시 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러나 고물가와 전세대란, 높은 실업률 등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옥죄고 있고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 전국 가구당(1인 가구도 포함) 월평균 이자 비용은 6만 5728원으로 전년보다 16.3% 증가했다고 한다.

연간 이자비용은 78만 8736원으로, 작년 통계청 추계가구(1715만 2277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한 전체 가구의 연간 이자비용은 13조 5286억 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각종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구매 액까지 집계한 가계신용은 작년 말 795조 3759억 원으로 대출 금리를 연 5%로 가정하면 가계 이자비용은 40조 원에 이른다.

2인 이상 가구만 봤을 때 이자비용 증가율(전년 대비)은 소득이 하위 20%인 집이 28.1%로 가장 높았다.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공정사회 친서민 정책기조는 공염불이 되고 집권 후반기 민심이반으로 말미암은 레임 덕(Lame Duck)을 불러올 것은 뻔하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혼자 마이 웨이(My Way)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욕쟁이 국밥집 할머니 가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 철거되거나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 씨가 집세를 못내 국밥집에서 쫓겨나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강종순 할머니의 불행이기 전에 국민의 불행이다.

그리고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은 정치인들을 반겨 주지도 않을뿐더러 발붙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게 바로 민심이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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