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환을 보는 순간 현종은 신음소리에 가까운 탄성을 발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현종은 옥환의 손을 잡고 끌어 옆자리에 앉혔다.

“이림보가 그대를 천하 절색이라 귀띔할 때만 해도 짐은 건성으로 들었는데, 막상 얼굴을 대하고 보니 과연 천하의 절색이로구나! 이림보에게 후한 상을 내려야겠다.”

“과분하신 칭찬이십니다.”

잔칫상 건너편으로 흘낏 보니 이림보 역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그대는 용모 말고도, 무엇을 잘하는고?”

“글을 익혔습니다. 웬만한 서적은 읽을 줄 압니다.”

“그으래? 그 참 기특하구나. 그리고 글 말고 무어 또 할 줄 아는 게 있는가?”

“음악을 알고 있습니다.”

“음악까지! 그래, 어떤 음악인고?”

“폐하께서 작곡하신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서툰 솜씨나마 익혔습니다.”

“무어? 짐이 작곡한 악보까지 볼 줄 안단 말이지!”

“송구스럽습니다.”

그 때쯤 되어서는 옥환에게 현종은 거의 빠진 상태였다.

“그 곡을 칠 수도 있겠느냐?”

“거문고를 주십시오. 비천한 재주로나마 뜯으면서 노래까지 불러 드리겠습니다.”

“노래까지! 그럼 춤도 출 줄 알겠구나!”

“우선 노래를 불러드린 뒤 춤은 나중에 추겠습니다.”

옥환이 그 나긋나긋하고 백옥같이 흰 손가락으로 거문고 현을 뜯으며,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예상우의곡’을 부르자, 현종은 거의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 되었다. 더구나 미풍에 실버들 가지가 간지럽게 흔들리듯 허리를 배배 꼬며 춤을 추자, 현종은 거의 미쳐버린 것 같았다.

옥환은 춤을 마친 후 현종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한 잔 술을 따라올렸다.

‘잠자리 기술은 어떠냐고 왜 묻지 않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살포시 웃고 있는데, 드디어 현종은 결정적인 명령을 했다.

“오늘 밤 그대의 침소로 들도록 하겠다. 내명부에 명해서 그대를 귀비(貴妃)로 올릴 것이며, 앞으로는 양귀비로 불릴 것이다.”

옥환은 현종이 자신에게 완전히 현혹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드디어 결정적인 얘기를 꺼냈다.

“폐하, 불행히도 폐하와 침소를 함께 할 수 없는 불경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어? 무엇 때문에?”

“소녀는 폐하의 열여덟 번째 황자이신 수왕 이모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무어라! 그렇다면 그대는 내 며느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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