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본사 방문 인터뷰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역화합을 위해 민주세력이 연합하여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장관은 23일 오후 3시 30분 본사 편집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정권의 지역화합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역화합은 몇가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지역구조 속에서 분열·해소돼온 민주세력을 다시 통합해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만큼은 동서대결구도가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식인 사회에서도 지역화합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전략으로 삼아 극단적인 지역편중현상을 극복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장관은 언론개혁과 관련, “지금의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여론주도기관인 언론이 중앙에만 집중해 있을 경우 지방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면서 깨끗하고 올바른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곧 장관이고, 장관이 하는 일이 곧 정치가 아니냐. 장관과 정치인을 굳이 구분해서 볼 필요는 없다. 내가 정치인이고 말발도 좀 있으니 해양수산부 일도 잘되지 않느냐”고 말해 자신의 잇단 정치적 발언에 대한 야당의 비난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사실 오늘은 해양수산부 일로 왔는데 마침 도민일보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고, 주주자격으로 특별히 인터뷰에 응하다 보니 장관직과 관계없는 답변까지 하게 됐다”면서 언론개혁과 지역감정 해소·정치개혁 등에 대한 소신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노무현 장관과 일문일답 내용.

-‘언론과의 전쟁’ 발언 등 평소 언론개혁에 대한 뚜렷한 소신과 원칙을 밝혀 왔는데, <경남도민일보> 창간주주로서 지역언론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을 말해달라.

△신문은 강력한 정보전달 수단이자 여론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특히 오늘날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선 정보와 여론이 사회를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돈과 마찬가지로 이젠 정보가 집중된 곳이 사회발전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언론이 중앙에만 집중해 있을 경우 지방은 쇠퇴할 수밖에 없고 다양성이 살아나지 못한다. 지역언론이 지역사회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러나 지역언론이 그런 순기능보다 오히려 토착기득권의 여론대변기구로 전락하는 등 역기능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

△맞다. 지역언론이 지금까지 기능을 제대로 해왔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중앙집중의 획일적 사회구조 속에서 지방의 특성이 발휘되지 못했고 지역언론 역시 제역할을 못했던 측면이 있다. 중앙집중적인 사고를 극복하고 지역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충실히 제시한다면 지역언론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지난달 22일 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MBC 100분토론에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불참을 통보한 바 있는 데 특별한 배경이 있었나.

△불참했다고 해서 언론개혁에 대한 소신이 달라지거나 본인 스스로 나서기 두렵다거나 했던 건 아니다. 정치인은 때때로 정치적 효과나 득실을 따지게 된다. 언론개혁 논쟁의 핵심적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불참한 상황에서 나갔을 때 토론이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으로만 흐를 소지가 높았고, 이는 오히려 상당한 정치적 이미지의 손상이 예상됐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언질이나 그런 건 없었나.

△(웃음) 그런 건 물론 없었다.

-DJ정권 출범과 함께 지역감정 해소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더 깊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 정권의 지역화합 정책을 평가한다면.

△우리 정권의 지역화합정책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역화합 문제는 몇가지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흔히 인사·지역개발정책을 문제삼는데, 그런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는 전국의 모든 지역 주민들이 이미 편견을 갖고 모든 정책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관이 생각하는 방안은 뭔가.

△동서통합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정책이 아닌 뭔가 계기를 만들고 전략을 펴야 한다. 그동안 민주화를 위해 애써온 세력들이 모두 지역구도 속에서 해소되고 분열돼왔다. 이들을 다시 통합해 내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다. 말하자면 민주세력 복원 같은거다. 이들 정치세력이 정계 대개편을 통해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차기 대선만큼은 동서대결구도가 안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정당도 결국 여론의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국민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예를 들어 생활권 중심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데 지식인 사회가 나서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지금까지 힘을 실어준 곳이 아무도 없다. 언론도 힘을 안실어 줬다. 이게 도입되면 지금처럼 극단적인 지역편중현상이 줄어들고, 편중된 민심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마산·창원에 민주당 의원이 한명이라도 있다고 생각해봐라. 지역의 애로를 반영할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그게 안되다 보니 민심편중현상이 너무 심하다.

-현 정부가 나름대로 개혁을 추진해왔다지만 지역 토착비리에 대한 사정작업은 오히려 YS정권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여러가지 과제가 많을 때는 급한 것부터 먼저 해결하고 다른 건 밀리게 된다. 화급한 과제부터 집중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한꺼번에 모든 부문을 개혁하려 하면 사회 전반이 저항국면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이나 교원 정년단축 문제만 봐도 얼마나 저항이 엄청난가. 당장 나도 해양수산부에서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내 재임중 못할 일도 있다.

-경남도민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역발전도 생산적이고 전략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 지역의 경제비전·정치사회비전·문화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진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적과 대결구도를 만들어 지역발전을 내세워 왔고, 이게 선거에서 효과를 봐온 것도 사실이다. 언론도 이런 대결구도에 편승해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이젠 지역언론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생산적인 지역발전전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 장관은 평소의 털털한 말투와 표정과 달리 답변을 할 때는 상당히 신중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는 차기 대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미 캠프까지 가동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출마의사를 재확인했다.

200주를 가진 도민일보 주주이기도 한 그는 “오늘 주주총회엔 참석하지 못하지만 나중에 증자를 하게되면 다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