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3일 이회창 총재가 전날 김대중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비판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격앙된 반응을 내보이자 “우리나라 대통령직의 속성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이례적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는 황제같은 권력과 3권분립이 제대로 안되는 것을 두고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늘 해오지 않았는가”라며 “정치인과 정치학자들이 민주주의 발전의 저해를 우려해 사용해온 말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인 진화를 시도했다.

이 총재는 전날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인 여당 총재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매우 비판적인 견지에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유를 들었었다.

이에 비춰 이날 권 대변인의 이례적 해명은 청와대와 여당의 반발이 의외로 거센데다 당내 비주류 중진들이 이 총재를 `제왕적 총재'로 비판하는 상황에서 자칫 그 불똥이 튈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권 대변인은 “이 총재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이 이 총재가 무슨 말만 하면 무척 공격적으로 들리고 대통령 흠집내기로 들렸을지는 모르겠다”며 “이 총재의 말에 반발하는 오랜 습성이 도진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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