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촌국수 한그릇 후루룩 어머니 정성에 가슴도 ‘뿌듯’

무더운 여름, 훤히 마당이 내다보이는 마루에 큰 대자로 누워 선풍기 바람만 쐬고 있다. 내가 나오는 걸 보고 반가워 날뛰던 누렁이도 저만치 그늘에 가 누웠다. 어린 시절, 여름 한 낮 풍경.

   
 
   
 

엄마가 점심 먹으라, 상을 들고 마루로 나오신다. 에고 어머니, 밥 먹기도 귀찮아요. 고만 이렇게 누워 있을래요. 큼지막한 엄마 손으로 엉덩이를 한 대 맞고서야 일어나 앉는다. 그 때 상위에 올려져 있던 하얀 국수, 싱싱한 오이와 빨간 양념장이 올려진 하얀 국수 한 그릇은 잊을 수가 없다. 시원한 국물. 후루룩 그냥 마셔도 훌훌 넘어가던 국수 면. 또 한 그릇 찾게 만들던 그 국수.
몸은 훌쩍 자라버렸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대청마루와 구멍 숭숭 뚫린 창, 그 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 나무, 그리고 나무 상에 국수 한 그릇. 문득 시골집으로 돌아간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집, 다심원. 다심원은 전통찻집이다. 녹차, 대추차 등 27가지의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 곳, 전통한옥 내부처럼 꾸며놓은 다심원은, 그래서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냄새와 달짝지근한 차 향이 난다.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곳이다.

다심원의 여름 별미는 촌국수, 어린 시절 맛보았던 엄마표 국수 그대로다. 면발이 좀 더 쫄깃, 고소하고 국물의 시원한 맛이 더 깊다. 다심원 촌국수의 맛내기 비결은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 쉽게 질리는 일회성 맛만 내고 건강에도 해로운 인스턴트 식품은 절대 쓰지 않겠다는 주인 서점숙(46)씨의 고집 덕분이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만든 콩국수용 면을 딱 알맞은 시간에 잘 삶아내는 것이 쫄깃한 면을 만드는 방법이다.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두어 소끔 끓어오를 때 건져 찬물에 빨리 식혀낸다. 그냥 엄마의 손맛이다. 그러면 고소한 면이 쫄깃한 맛을 더한다.

육수는 한가지 재료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다시마와 멸치, 양파 등의 각종 야채를 듬뿍 넣고 푹 끓여 만든다. 재료의 종류만큼 국물 맛이 깊다. 각종 야채들의 인공 조미료를 대신해 더 맛깔 나는 육수를 만들어 낸다. 인공조미료를 쓰면 쉽게 질린다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다심원의 또 다른 별미, 쫄깃하고 진한 육수의 수제비. 이것도 엄마표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좀 서늘해지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콩국수와 마찬가지로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오래 반죽하면 별다른 첨가물 없이도 수제비가 쫄깃해진다. 육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중요한 촌국수 보다 더 진하게 만든다. 한 그릇 뚝딱 비우면 속이 든든해진다.

엄마의 손맛을 보고싶다면, 어린 시절 추억이 그리워진다면 다심원으로 가보자. 촌국수, 수제비와 함께 전통적인 방법으로 손수 만들어 내는 다양한 차도 잊지 말고. 촌국수 2500원, 수제비 3000원. 각종 차 3000~4000원. (055)267-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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