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120일째 대치 계속



노사간 갈등으로 폐업사태까지 맞은 진해 현대의원이 폐업 120여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원은 지난 86년 내과전문 의원으로 개원한 후 진해지역에서 종합병원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의원으로 지역 내 시민들의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돌연 폐업신고가 돼 이를 둘러싸고 노조와 사용자간의 갈등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노사간 갈등으로 폐업사태까지 맞은 진해 현대의원이 폐업 120여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원은 지난 86년 내과전문 의원으로 개원한 후 진해지역에서 종합병원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의원으로 지역 내 시민들의 인지도가 높은 곳다. 그러나 지난 8월 돌연 폐업신고가 돼 이를 둘러싸고 노조와 사용자간의 갈등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폐업사태 개요 및 경과



의원 폐업의 가장 큰 원인은 간호사와 직원 등으로 구성된 노조가 결성되자 이에 대한 사용자측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폐업직후 나왔다.



지난 6월 14일 의원 소속 간호사와 기사 등 26명은 △법정수당 미지급 △근로기준법 위반 △일방적인 임금삭감을 이유로 노동조합(지부장 최미연·여·32)을 결성했다.



이에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는 병원의 실 소유주인 강일선(여·44)부원장은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워 노조 결성 2개월여만인 지난 8월 17일 폐업신고로 맞섰다.



노조측은 ‘노조 설립에 따른 위장 폐업’이라고 주장하며 곧바로 농성에 들어가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잇따라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강 부원장은 일절 연락을 끊고 협상에 나설 의사를 비치지 않고 있고, 결국 양측간의 고발·고소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대립



현재 노조는 강부원장이 노조를 인정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체불임금 해소 등 현안을 해결하고 병원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강 부원장은 “적자누적에 따른 경영 압박과 의약분업으로 인한 불분명한 전망, 건강상 문제”로 폐업 사유를 밝히고, 폐업 이후 일절 노조와의 연락을 끊고 있으며 병원 운영에 대해 임대도 매각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미연 지부장은 “폐업사유로 밝힌 적자 누적 등은 겉으로 내세운 이유일 뿐 실제로는 노조가 싫어서 문을 닫았다”며 “병원 운영이 적자인 줄 알았었지만, 세무서에 확인해 본 결과 IMF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줄곧 흑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상여금 삭감분 33%와 생리·주휴 등 수당 미지급분, 적자를 이유로 삭감한 임금 등 3억여원을 받아 줄 것과 폐업을 철회시켜 줄 것 등을 요구하며 창원지방노동사무소에 강 부원장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창원노동사무소는 “노조를 기피 혐오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때문에 폐업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지난달 ‘불기소’의견을 붙여 검찰에 송치했고, 임금체불 부분에 대해서는 상여금과 수당 미지급분 등 7000여만원을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노조측은 “IMF직후 고통을 분담하자며 임금삭감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으나 실제로는 적자가 아니었다”며 창원지법에 3년치 임금 삭감분 등 2억3000만원에 대해 지난 9월 청구 소송을 냈다.



노조 최미연 지부장은 “지난 12년 동안 연중 무휴로 24시간 정상 진료를 실시해 하루 평균 외래환자가 300명을 넘었을 정도”라며 “그런데도 적자라고 직원들을 속여 임금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강 부원장이 현대의원을 운영하면서 수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했다며 검찰에 강부원장을 고발해 현재 진해경찰서에서 이에 대한 혐의를 수사중이다.



이에 맞서 사용자도 지난 9월말 농성장에 대해 단전·단수를 한데 이어 법원에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오는 22일로 3번째 기일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데 대해 최지부장은 “10년 이상 동고동락했는데도 한 마디 설명도 없이 폐업했을 뿐 아니라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 한다”며 “경영진의 권위의식과 내재산 내맘대로 한다는 전근대적 소유의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이같은 인간적 무시와 배신감 때문에라도 투쟁을 멈출 수 없다”며 “단체교섭을 통한 병원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쟁의기금으로 달마다 400만~500만원이 나오고 지역 노조들의 물품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부터는 민주노총 차원의 생계비 지원이 적으나마 이뤄지게 돼 있는 만큼,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시와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해법 찾아야



폐업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노사간에 ‘물고 물리는 식’으로 상황이 비화되자 하루빨리 이들을 한자리에 앉혀 대화를 통해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인 진해시와 노동부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와 노동부는 현재로선 중재에 나서기 힘든 처지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진해시 관계자는 “지난 8월 한차례 시장 면담을 가진 후 전혀 협상의 여지를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강 부원장이 협상재개에 나설 의지가 전혀 없는데다 연락조차 끊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창원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도 “대화로 풀기에는 노사간 신뢰 상실이 엄청나다”며 “강 부원장의 입장이 너무 완고해 자리를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폐업 결정이 내려진 상태에서 병원을 다시 연다는 것은 사측의 권한이기 때문에 병원을 다시 열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병원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경우 고용승계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을 통해 행정지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의원 폐업사태는 노조 설립에 대한 사용자의 반감과 이로 인한 노사간 불신이 낳은 안타까운 사례로, 지금이라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는 게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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