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도우미 직종만 과잉교육


마산 YWCA 일하는 여성의 집 직업훈련강좌중 간병인이나 가사돕는 이, 그리고 산모돕는 이 등 도우미직종에 많은 여성이 취업하고 있다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런 통계수치는 전문여성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여성의 집이 새로운 방향모색을 해야한다는 현실적 과제를 노정하고 있다.

지난 16일 여성부에서는 전국의 46개 일하는 여성의 집 관장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날 주로 논의된 사항도 여성의 집 현황을 짚어보고 새롭게 방향을 모색한다는 것이었다. 일하는 여성의 집은 노동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어오다 여성부신설과 함께 여성부로 이관되었다.(실업자 재취업과 여성가장훈련은 노동부지원업무로 그대로 남아있다)

일하는 여성의 집이 생긴 이래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탈피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여성부가 어떤 식으로 방향모색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일하는 여성의 집은 노동부가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 1993년 여성단체에 위탁운영하는 방식으로 설립됐다. 2001년 현재 전국에 분포한 일하는 여성의 집은 46개소이며, 도내는 마산과 올해초 신설된 김해 등 2곳이 있다. 마산 YWCA 일하는 여성의 집은 설립 5년째다.

설립시 정부로부터 7억~10억규모의 시설비로 교육장을 임차하고(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연간 8000만원선의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나머지 경비는 자체부담금과 수강비 등으로 충당한다. 그래서 어떤 여성단체에 위탁되어있는가에 따라 일하는 여성의 집의 운영행태도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다. 구 가야백화점 3층에 자리한 마산의 일하는 여성의 집의 경우 바로 앞에 ‘유흥업소’가 있어 직업훈련장의 입지로서는 다소 불리하지만 넓은 사업장(400평)을 그나마 싼 가격에 임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택가 등으로의 장소이전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일하는 여성의 집에서 하는 일은 여성의 직업훈련 및 재교육, 무료직업안내 및 취업상담알선, 복지시설 운영 등이다. 2000년 현재 전국적으로 배출한 인력은 총 9만4000여명에 달하고, 취업률도 전국적으로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되었듯 이중 도우미직종이 3분의 2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문제점

우선 프로그램의 획일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직업능력을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직종은 양식·한식·출장요리 등의 조리사, 홈패션·양재·수선·한복 등의 의류관련기술직종, 메이크업·피부·머리 등의 미용사직종, 그리고 도우미직종과 독서지도사와 텔레마케터 등 18개 직종(마산의 경우)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여타의 여성단체, 백화점의 문화센터 등과 유사한 프로그램이어서 강사료가 약간 싸다는 이점 외 별다른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경쟁력면에서 비교가 되지않는다. 마산 일하는 여성의 집에서 배출하는 수료생이 한해 300~400명인 현실을 보면 한달에 많아봐야 30명정도 강좌를 수료한다는 말이 된다. 어떤 강좌는 한두명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진한 실적의 원인은 두가지로 분석된다. 프로그램이 전문화되지못해서 사람이 별로 오지않는 것, 또 하나는 돈이 없으므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 결국 둘다 맞물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일하는 여성의 집에 대한 인식의 고착화와도 연관이 있다.

이 곳을 찾는 여성의 대부분은 그나마 싼 훈련비를 내고(여성가장이라면 보조금을 받으면서 훈련받을 수 있다는 장점), 빠른 시간안에 돈을 벌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로 방문한다. 실제 도우미직종을 가장 많이 찾는 것도 갑작스럽게 취업환경에 내몰린 여성들이 특별한 기술없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99년엔 ‘컴퓨터 방문교사’프로그램을 마련한 적이 있으나 지원자가 없어 강좌자체가 실시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현실적인 여건으로는 전문화프로그램마련만이 대안이 아님을 역설해준다.

실무자 김희정씨는 “실제 일하는 여성의 집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찾는 곳’으로 인식되어있다”며 “때문에 당장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 상당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향후 방향

지금까지의 운영방식을 대폭 수술하려면 현재의 ‘여성의 집 운영실태’라는 기초조사를 한 뒤 각종 유사프로그램과의 유기성관계를 파악, 장기적으로 전문인력이 실제 배출될 수 있도록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집에 관한 업무를 총괄할 여성부 여성정책실 인력담당관실에서도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현지출장 등 관련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사업비다.

지난 16일 여성부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마산 일하는 여성의 집 이정자관장은 “여성부에서는 일하는 여성의 집이 전문인력을 키워낼 기관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그러나 여성가장 및 실직자 재취업훈련부분은 노동부소관으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프로그램 전반을 전문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역시 예산확보가 관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것이 현실화되어야만 일하는 여성의 집 홈페이지(http://www.vocation.or.kr)를 클릭하면 뜨는 화면(전문직여성의 모습)처럼 전문성을 키워갈 일하는 여성의 집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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