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자기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에게 내리는 명예직책·칭호를 받은 사람은 영국 왕실에서 봉급을 받는다.

계관시인이라는 직책은 1616년 제임스1세가 벤 존슨에게 연금을 준 데서 시작됐으나 1668년 존 드라이든이 계관시인으로 임명되면서부터 공석이 되면 자동으로 메워야 하는 상설 직책이 됐다.

그러나 드라이든은 1688년의 명예혁명 때 충성의 맹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됐으며 이후로 정치성을 띠게 돼 1840년대까지 이어졌다. 드라이든의 후임자인 토머스 섀드월은 새해와 왕가의 생일에 송가를 짓는 관습을 만들었고 이는 1690년~1820년경까지 전통으로 굳어져 계관시인의 주요한 직분이 됐다.

빅토리아 여왕이 1843년 윌리엄 워즈워드를 임명한 때부터 계관시인은 정치성에서 벗어나 뛰어난 시인에 대한 보상을 주로 의미하게 됐으나 왕실과 국가의 행사를 위해 시를 쓰는 일은 계속됐다.

‘계관’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명예의 상징으로 월계관을 씌워준 데서 비롯됐다. 계관시인은 ‘가장 뛰어난 시인’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게 보통이지만, 권력을 좇아 시인이라는 본분은 팽개친 시인이라는 빈정거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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