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에서 얼음 밑의 사람과 대화를 했다고요?”

해몽점의 달인 색탐은 위고를 장난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

“분명히 그런 꿈이었습니다.”

“그 참 길몽입니다.”

“예에?”

“혼사가 이뤄질 꿈이란 얘깁니다.”

“내 나이 벌써 서른 여섯. 이 나이에도 인연이 있다는 얘깁니까?”

“틀림없습니다. 얼음 위는 곧 양(陽)이며, 얼음 밑은 음(陰)입니다. 음양이 만나니 곧 혼담이 이뤄진다는 뜻이지요. 얼음 위에 선 사람 (氷上人)인 당신이 얼음 밑의 여자(氷下女人)와 대화했다는 뜻은, 해몽법에서 중매결혼이 이뤄진다는 뜻이지요.”

“지금 상황으로선 혼담의 기미도 없는데요?”

“곧 혼담이 오갈 것이며, 뒤따라 혼인이 있게 됩니다.”

“그 때가 언제입니까?”

“얼음이 녹는 봄철입니다.”

과연 색탐의 해몽은 틀림없었다. 위고는 꽃피고 새우는 봄에, 열 여섯 살 꽃다운 나이의 아름다운 처녀와 혼례식을 올렸다.

첫날밤이었다. 신부는 머리카락을 내려뜨려 왼쪽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맵시 나는 머리치장이긴 하나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구려.”

위고가 우연히 내뱉자, 신부는 몹시 송구스럽다는 태도로 입을 여는 것이었다.

“실은 저는 태수님의 친딸이 아니고 양녀입니다.”

“무슨 얘기요?”

“어린 저를 두고 부모님이 일찍 사고로 돌아가시자, 이웃에 살던 채소장수 진아주머니가 솔선 유모가 되셔서 절 키웠습니다.”

“채소장수 진여인?”

위고는 불현듯이 14년 전 월하노인의 예언이 떠올랐다. 까맣게 잊고 있던 사건이었다.

“다섯 살 때 유모 역시 돌아가셨는데, 마침 태수님께서 저를 거두어 양딸로 키워주셔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위고는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어 서둘러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릴 때 송성에서 살지 않았소?”

“맞습니다. 송성에서 나고 거기서 자랐습니다.”

“어린 당신이 유모와 함께 채소가게에 갔다가 지겟가지 끝에 이마를 찔리지 않았소?”

“어머머,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때문에 흉터를 가리느라 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가리고 있습니다만.”

“그 참 신통하구려!”

“무엇이 신통하다는 얘깁니까?”

“십사 년 전, 월하노인이 어린 당신과 나중에 인연이 있을 것이란 예언을 했소이다. 해몽가 색탐도 우리의 혼례를 예고했었고. 웃고 넘겼는데, 결국은 그들의 예언이 하나도 틀리지가 않았소. 두 노인의 말을 하나로 합쳐보니 월하빙인(月下氷人)이 되는구려!”

[출전 : <續幽怪錄> <晋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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