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문화게릴라’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이미 알려진 기성문화의 다른 모습을 끊임없이 ‘발굴’해내는, 결코 ‘다수’라고 말할 수 없는 소수인력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기성문화의 다른 모습, 그것은 일단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다. 문화에 접근하여 문화현상을 다루는 새로운 방법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이라는 문화현상에선 대중문화 게릴라, 곧 ‘VJ(비디오 자키)’가 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혼자서 프로그램 기획·구성·집필·촬영·편집까지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기존 방송에선 하나의 기획이나 아이템이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선뵈기까지 적어도 수십명의 인원을 필요로 한다. 관여하는 사람이 많다보면 그만큼 많은 부분 흡수되고, 잘리고, 변모하고, 다듬어진다. 좋게 말하면 모난 부분, 잘못된 부분이 깎여나가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두루뭉실해지고 통념화된다는 것. 6mm디지털 카메라에 존재 의미를 두는 그들 VJ는 개인의 역량을 최대화하여 좋은 아이템을 원본 그대로 살릴 수 있고, 제작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템을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 화면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반듯하진 않지만, 질문은 거칠고 툭툭 튀어나오지만, 그들은 가장 현장에 가깝고 가장 자연스러우며 사람들에게 밀착돼있다고 할 수 있다.

그 VJ의 활약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은 바로 KBS 2TV (금요일 오후 9시 50분). 는 지난 9일 홍제동 화재시 순직 소방관의 생전활동을 방영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작년 9월 22일분 ‘별걸 다 하는 남자’의 주인공이 바로 서부소방서 소방관이었던 것. 이 프로는 이번 일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의로운 죽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덩치가 커서 발빠르기 어렵고, 불특정 대중에 기반한다는 이유로 전문화되기 힘든 공중파 방송이 인터넷 PC나 케이블 화면 앞으로 가버린 시청자들을 다시 돌려세울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이러한 ‘1인 방송 시스템’ VJ가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재에 따라 다소 깊이 들어갈 성질의 것도 가벼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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