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함 날릴 칼칼함 어탕국수와 민물매운탕

장마 끝 무렵이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해가 쨍하니 얼굴을 내밀었다 한다. 수시로 변하는 기온에 따라 체온도 오르락내리락. 몸 허해지기 쉽겠다. 이럴 때는 밥 한끼도 어떻게 먹느냐,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 더없이 좋은 보약이 되기도 한다. 각종 민물고기를 갈아 만든 영양 만점의 어탕국수로 간편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창원 명서동에 있는 한 식당이 어탕국수와 매운탕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댄다고 해서 찾아갔다. 명곡광장에서 파티마 병원 방향 도로 안쪽의 골목. 큼직하게 붙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경호강 메기탕. 그런데 주변에는 큰 오피스텔도, 기업도 보이지 않는다. 훤한 길가에 있는 식당도 아니고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만한 위치도 아니다. 웬만해서는 좀처럼 손님이 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장소다.

하지만 백가지의 말도‘불여일식’이라. 어떤 맛이기에 사람들이 모여들까 싶어 어탕국수 한 그릇과 메기 매운탕을 시켰다. 2~3인분이라는 소형 매운탕이 세숫대야 만한 가마솥에 그득히 담겨 나온다. 일단 푸짐한 양에 놀랐다. 시래기와 송이버섯, 팽이버섯이 듬뿍 얹어진 매운탕을 휘휘 저어 한 숟가락 떠먹어본다. 국물이 맑은데 얼큰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앗, 이것은. 시래기와 큼직한 고기 덩어리 사이로 노란 수제비가 보인다. 냉큼 집어먹어 본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입에 붙는다. 찹쌀가루와 밀가루가 반반씩 섞인 수제비다.

이때 등장한 어탕국수. 어탕국수는 여러 가지 민물고기를 푹 삶아 추어탕 만들 듯이 체에 내려 살만 골라낸 다음 면을 넣고 끓인 것. 각종 생선살이 섞인 얼큰한 국물이 칼칼하고 고소하다. 시래기와 국수를 함께 건져먹는 맛도 그만이다. 국수 면과 함께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요즘에는 민물고기 매운탕도, 어탕국수도 메뉴로 내놓은 식당이 많아 그다지 특이할 만한 음식은 아니지만 경호강 메기탕 집의 맛은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손맛, 옛맛 그대로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그 푸짐하던 양의 매운탕도, 어탕국수도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깨끗이 비우게 만든다.

식당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양옥선(50) 아주머니의 고향은 지리산 아래 산청. 집 바로 앞으로 경호강 줄기가 흘렀다고 한다. 그 시절 어탕국수와 민물고기 매운탕은 질리도록 먹던, 그러나 더없이 훌륭한 음식이었다고. 강가에 불을 지피고 큼직한 솥을 걸어놓고 옆에서 잡은 고기를 바로 끓여 먹던 그대로 만드는 것이 지금의 매운탕과 어탕국수라고 한다. “다른 식당들과 다를 것도 없고 어릴 때 먹던 그대로 만들어 대접할 뿐인데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에 더 맛있어 지는 것이 아닐까”, 아주머니의 겸손한 말씀.

어머니표 매운탕, 고향의 맛 어탕국수로 추억을 안주 삼아 먹는 한 끼의 밥. 이보다 더 좋은 보양식이 또 있을까. 어탕국수 5000원,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 1만 5000~2만 5000원. (055)238-7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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