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9일 “착수단계에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정립되면 북·미관계에 있어서의 한·미간 공조도 더욱 긴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 요청으로 무산된 제5차 장관급회담 개최와 관련, 금주말(24일)까지 북측 반응을 지켜본 다음 회담 개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지난 13일 조속한 장관급 회담 개최를 촉구하는 박재규 남측 수석대표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해 놓은 만큼 금주중에는 북측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와 함께 장관급회담을 이른 시일안에 열릴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날짜로 볼 때) 이달말 안에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기란 어렵다”며 “제4차 적십자회담이 내달 3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의 장관급회담 추진의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십자회담은 개최 장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소 문제만 해결되면 예정대로 내달 3일부터 열릴 것으로 본다”며 “북측도 적십자회담을 피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이달말에는 회담 개최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차 적십자회담에서는 3차 적십자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면 될 것”이라며 “남북이 장관급회담을 열지 못해도 적십자회담을 개최하는데는 커다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해사 제55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 연설을 통해 “북·미관계 해결없이 남북관계만의 발전은 없으며 남북관계의 개선없이 북·미관계만 단독으로 좋아질 수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발전에 힘쓰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북·미관계의 진전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북한의 변화가 결코 안보를 소홀히 하거나 긴장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튼튼한 안보가 있어야 남북관계를 자신있게 발전시키고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우리 해군은 그동안 대양 해군 건설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시켜 왔다”면서 “머지않아 우리 해군은 오대양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세계평화 수호에 일익을 담당할 `전략 기동함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전략 기동함대'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처음”이라고 밝혔다.

전략기동함대는 수상(이지스함)·수중(차기잠수함)·항공(대잠초계기)에서의 입체적인 전력을 갖는 함대를 말하는 것이다.

이날 해사 졸업식에는 졸업생과 조성태 국방장관, 조영길 합참의장 등 14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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