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하동과 남해대교로 연결되어져 있고, 창선·삼천포 대교로 삼천포항과 사천으로 연결되어져 있다. 하지만 남해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 마을과 해수욕장은 그대로다. 다만 교통이 편리해지다 보니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자연을 훼손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뿐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남해대교 인근을 제외한 남해 해안가 11곳을 소개한다.


△구미마을과 사촌해수욕장

사촌, 해송·백사장 멋진하모니

구미마을은 남해 12경에는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구미마을을 특히 눈에 띄게 하는 것은 방풍림과 작은 포구. 마을 오른편 해안을 지키고 있는 방풍림은 무려 5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일종의 수호신인 셈이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등이 짙은 녹음을 자랑하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보는 이의 눈을 상쾌하게 해주는 데 그 매력이 있다.
바닷가는 경사가 조금 있어 해수욕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듯하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구미마을이다.
사촌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밭을 가지고 있는 남면에 있는 조용한 사촌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나비 모양을 닮은 남해도, 그 나비의 왼쪽 날개 끝자락에 위치한다. 20m 너비에 길이가 650m에 이르는 규모도 제법되는 곳이다.
이곳은 따뜻한 수온을 자랑하고 있으며, 해안을 감싸듯 둘러있는 해송들이 백사장과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모래가 곱고 따뜻해 찜질하기도 좋지만 해송숲에서 만끽할 수 있는 삼림욕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발이 푹푹 빠지며 들어가는 백사장을 거닐면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껄껄한 느낌과 함께 간지러운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선구마을과 월포해수욕장

거제 몽돌해수욕장을 옮겨놨나

거제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옮겨 놓았나? 작은 어촌마을인 선구마을에 들어서면 지천에 널려있는 몽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몽돌로 유명한 거제 학동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5분 거리에 있는 사촌에서 만났던 고운 모래는 온 데 간 데 없고 갖가지 빛깔을 자랑하는 몽돌들 뿐이다. 하지만 이 몽돌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이곳의 몽돌은 그 크기가 아주 다양함을 자랑한다. 손톱 만한 것에서부터 주먹 두 개 크기보다 큰 것도 있다. 가끔씩 납작한 놈들도 있어 파도와 함께 밀려오는 바다를 향해 물제비를 떠 볼 수도 있다. 오른편의 아담한 어촌마을과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 배는 구수한 인심마저 느끼게 한다.
선구마을은 음력 정월 보름날이면 행해지는 이 지방 유일의 민속놀이인 ‘선구줄끗기(끗기는 끌기의 남해 사투리)’가 유명하다. 한해동안의 풍농과 풍어를 위한 당산제를 지내고 난 뒤 하는 놀이인데 이 민속놀이 덕분에 선구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암수바위가 있는 가천마을을 지나면 지도상에 움푹 들어가 있는 곳이 있다. 나비의 양 날개가 접히는 부분에 있는 월포-두곡해수욕장이다. 월포-두곡해수욕장은 해수욕장 절반이 월포마을, 또다른 절반이 두곡마을에 속해 있어 그렇게 불리는데 보통 월포해수욕장으로 더 유명하다. 활 모양처럼 휘어져 있는 해안에는 앵강만 파도가 잠시 쉬어가는 곳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월포해수욕장은 사촌해수욕장의 모래와 선구마을의 몽돌이 적당히 섞여 있어 지루함이 덜한 장점이 있다.

△상주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해수욕도 하고 등산도 하고

상주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은 사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일반인에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상주해수욕장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너비 60~150m에 길이가 무려 2km 가까이 되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백사장만 해도 16만평이 넘고, 송림도 3천평 가까이에 이른다. 특히 상주해수욕장이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뒤편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남해의 절경 금산이 있기 때문이다.
해수욕이 지겹다 싶으면 금산을 오르며 등산을 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에 ‘요산요수(樂山樂水)’인 셈이다. 상주해수욕장의 모래는 입자가 너무 곱고, 특히 강한 햇볕이라도 내리쬘 요양이라면 반짝반짝 은빛을 자랑하는 것이 가히 장관이다. 또한 해수욕장의 폭이 제법 되다보니 이 곳 백사장은 방풍림의 역할도 겸하고 있어 이래저래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송정해수욕장은 상주보다는 규모면에서 작지만 경치면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 곳이다. 송정은 학생들이 야영이나 수련회 장소로 손꼽혀왔는데 특히 해안가에 심어져 있는 종려나무는 이국적인 향취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상주가 잔잔한 파도를 자랑한다면 송정은 거센 파도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미조항과 물미해안관광도로

멸치·갈치회 제맛 즐길려면

해수욕장과 해안 마을만 다니다보면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비릿한 생선냄새와 어부들의 뜨거운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미조항을 찾아보는 것을 빼놓으면 안되겠다. 미조항은 나비 모양의 남해도 오른쪽 날개 끝자락에 위치한다. 언제나 생동감이 넘치는 미조항은 어부들로만 넘쳐나는 곳이 아니라 싱싱한 물고기를 잡기 위한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남해에는 유자·치자·비자 등 ‘3자’가 유명하지만 이 곳 미조항에는 멸치회와 갈치회가 유명하다. 젓갈로도 유명하지만 미조항에서 맛보는 멸치회와 갈치회는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비릿할 수도 있지만 고수한 콩가루와 향긋한 미나리, 진한 초고추장과 양파 등과 함께 비벼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미조 외의 지역에서는 감히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별미인 셈이니 놓치면 집에 돌아가서 두고두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미해안관광도로다. 이곳 미조항부터 물건리까지 이어지는 해안관광도로는 가천에서 홍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곳곳에 보이는 다랭이논은 정겹게 다가오고,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남해 동쪽 바다는 아름답게 마음속에 자리잡는다. 유유히 떠다니는 고기잡이배나 낮은 비행을 하는 갈매기떼들의 축하공연은 관광도로가 끝나는 쯤이면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항도마을과 물건방조어부림

두 섬 맞붙은 팥섬 항도마을 절경

미조면에서 조금 지나면 항도마을 해안에 접어들 수 있다. 항도라는 이름 때문에 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전해지고 있다. 앞바다에 작은 섬하나가 있었는데 물이 들면 마을과 분리되고, 물이 빠지면 마을까지 길이 이어져 ‘목 항(項)’자를 써서 항도라고 불렀고, 그 섬 앞에 있는 섬은 ‘딴목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남해 여러 해안마을 중에서도 이곳 항도마을이 낚시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지탱하며 바다위에서 낚시줄을 드리우는 재미는 쏠쏠하다. 바다와 계곡이라는 차이만 없다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길로 연결되어 있지만 오른편으로 보이는 3개의 섬은 독특한 모양에 눈길을 사로잡으며, 맞은편에 보이는 두 개의 섬이 맞붙은 팥섬은 항도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 중의 하나다.
창선도로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어 있는 물건방조어부림이다. 어부림 속에 들어가보면 여느 숲에 온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지만 왼편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어부림은 어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무려 8천평 가까이 되는 이 바닷가 은데 이 숲은 팽나무·푸조나무·상수리나무·이팝나무 등 무려 1만여 그루의 나무가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보다 더 멋진 산책로도 없고, 이보다 더 잘 가꾸어진 천연 수목원도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떠나질 않는다.

△언포마을과 ‘바다에’별장

창선-삼천포 대교가 한눈에

물건리에서 빠져나와 지족해협 위에 떠있는 창선대교를 지나면 창선도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이어져 있는 단항은 예전부터 삼천포항과 이어주는 도선장이 있어 중요한 곳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교가 놓여있는 바람에 옛 추억은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 강하다. 창선도 오른쪽 제일 윗자락에는 가인리 언포마을이 있다. 작은 어촌마을인 언포마을은 바다 앞으로 갯벌이 널리 펼쳐져 있고 소박한 느낌이 강하다.
남해를 일주하느라 지치고 피곤하다면 언포마을 못가서 있는 ‘바다에’라는 별장을 찾아 하루 묵어가도 좋을 듯 하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창선-삼천포 대교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는 것. 낮에 보는 모습도 좋지만 불빛 가득한 밤에 보는 풍경도 참 좋다.
이 곳 별장은 예쁘게 잘 지어놓은 별장도 눈에 띄지만 직접 잡은 활어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와 맞붙어 있어 낚시도 할 수 있고 백사장은 없지만 해수욕도 할 수 있다. 별장 안에는 실외 풀장도 있고 풀장에는 농구 등 각종 공놀이를 할 수도 있다. 옆에는 캠프파이어장도 있어 가족단위는 물론 직장이나 학교단위 단체로 하루 묵었다 가기에 좋을 듯 하다. (055)867-4114, 7056

▶ 찾아가는길…

삼천포서 창삼대교 건너면 편해

창선·삼천포대교가 놓여지면서 남해를 여행하기에 더없이 편리해졌다. 하동 진교 방면으로 둘러서 갈 필요없이 삼천포항을 통해 대교로 넘어가면 바로 창선으로 갈 수가 있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진교IC로 진입해 국도 19호선을 따라 남해로 갈 수도 있고, 동진주IC로 빠져 사천방면으로 국도 3호선을 타고 대교를 건너 창선으로 갈 수도 있다.
대중교통도 남해읍까지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마산이나 창원에서 사천이나 진주까지만 온다면 이곳에서는 교통이 원활하다. 남해는 해수욕장과 관광지가 많아 곳곳에 숙박시설이 있어 불편함이 없다. 또 갈치회나 멸치회를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삼천포항에서 싱싱한 회를 맛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기자가 추천하자면 최소한 1박2일 코스는 잡는 게 좋을 듯. 게다가 웬만하면 대중교통보다는 차를 가져가는 게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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