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아냐· 뭐 저런 가수가 있어.”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곧잘 이렇게 말한다. 질서정연한 댄스, 맞춘 듯한 미소, 무미건조하게만 흐르던 TV화면을 시쳇말로 ‘엽기발랄’하게 만드는 인물.

평범하다 못해 좀 불량한 마스크에,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민소매 셔츠,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걸친, 결코 날렵해뵈지 않는 뚱뚱한 몸매를 가차없이 흔들어대는 이상야릇한 춤까지.

바로 ‘진짜 사이코의 시선으로 보는 가짜세상’(그의 음반명)으로부터 온 ‘싸이’(코). 그가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은 외모와 파격적인 행동만이 아니다.

“왜 음반 준비한다며 활동중단 선언을 하나/ 카메라만 졸졸 따라다니며 입만 맞추나/ 판틀려거든 입이나 맞춰라”라는 랩을 자신의 음반 인트로에 삽입해 립싱크 가수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

그래서 그를 두 번, 세 번째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사도 의미심장하고, 무언가 생각이 있는 가수군.”

실제로 그는 네티즌이 뽑은 가장 지적인 연예인 1위를 차지했다. 물론 거기에는 다분히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학벌이 만만찮은 역할을 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케케묵은 ‘립싱크’에 대한 비판이 그의 등장으로 새롭게 제기된 것은 립싱크 가수들과 연이어 같은 프로, 같은 무대에 서는 ‘가수’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고’를 충고로 받아들여 동조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 이런 흐름 탓인지 각종 쇼프로그램에선 숨을 헐떡이면서도 라이브로 노래하는 동료가수들이 늘고 있다.

네티즌도 “싸이의 자세가 용기있다”며 “립 싱크하지말라”는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반된 시각속에 싸이의 앨범 타이틀 곡인 <새>는 음반 판매량과 순위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소 공격적인 가사로 인해 20곡 중 16곡이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할말은 하는 가수’로 각인되는데는 충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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