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몰라도 우리는 친구



새 학년의 시작과 함께 일선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닦을 수 있는 다양한 수련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창원늘푸른전당에서는 30대 후반의 주부부터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아저씨까지 ‘늦깎이 학생들’의 의미있는 수련활동이 있었다.

방송통신고등학교 1 2 3학년 간부 50여명의 1박2일간 ‘리더십훈련’. 참가학생들은 오후 7시 창원늘푸른전당 1층 강당에 모여 간단한 입소식을 마쳤지만 처음보는 얼굴이 대부분인지 어색한 분위기였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적 경험을 가지고 뒤늦게 고등학교에 입학한 늦깎이 학생들인데다 연령층도 다양해 서로의 이름은 물론 얼굴까지 모르고 지냈을 정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이들의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입소식을 마치고 10명씩 팀을 나눠 팀별활동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10대의 학생처럼 어울리기 시작했다.

첫 프로그램은 ‘자기소개와 별칭짓기 공동체활동’. 자식이야기를 꺼내는 주부, 어릴적 가슴아팠던 기억을 꺼내놓은 아저씨, 사회생활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풀어내는 자동차영업사원,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기억까지 고백하는 자기소개를 한 뒤로 이들은 이내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갔다.

이날 프로그램은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자칫 흩어지기 쉬운 구성원들을 현명하게 아우를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데 중점을 뒀다. 자기소개와 별칭짓기가 끝나고 무대를 실내체육관으로 옮겨 협력공놀이 구슬나르기 등 놀이로 협동심도 키우고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했다.

밤늦게 진행된 촛불의식에서 늦깎이 학생들은 “서로를 너무 몰랐다.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런 기회가 앞으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결같이 편안한 분위기였다. 이후 토론으로 이어진 참가자들의 방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둘째날 오전 6시30분, 새벽같이 눈을 뜬 참가자들은 아침운동과 함께 잠자리청소와 아침식사, 9시부터 ‘세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주제로 특강을 들었다. 마지막은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누가 7명만 탈 수 있는 캡슐에 선택받을 것이냐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수련활동을 마친 뒤 한 참가자는 “40을 훌쩍 넘겨서야 경험해본 고등학교 생활이라 힘든 것도 많았지만 이틀동안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절실히 배웠다”며 “수련활동이 정례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교육에 참가한 청소년지도사 현승구씨는 “10대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즐거웠고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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