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별천지가 이보다 더할까

태풍 소델로가 지나가고 나니 곧바로 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세차게 퍼붓던 비바람에 우산이 부러지고 몸이 날아갈 뻔했던 기억이 꿈속의 장면인양 푸른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이 비웃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무더운 날, 그것도 햇볕을 바로 받는 2층 골방에 처박혀 있는다면 그것만큼 비참하고 볼썽사나운 장면은 없을 듯. 이럴 땐 어디 시원한 곳을 찾아 나서야 하지만 그것도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차량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대중교통을 알아봐야 하고, 먹거리며 각종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하나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찍은 곳이 함안군 여항면 여항산 자락에 있는 별천계곡.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름에서 풍기듯 별천지가 생각나게끔 하는 깨끗한 계곡이다.
처음에 찾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한 번 가보면 읍내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아 찾기가 쉽다. 이전에 가보았던 찰비계곡이나 성흥사계곡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렇게 넓지 않은 주차장에 차를 대면 바로 앞에 계곡이 보인다. 골이 깊은 다른 계곡과는 달리 별천계곡은 너르다. 온갖 돌들이 삐죽빼죽 계곡을 메우고 있는 게 아니라 오르기도 편하고 앉아서 쉬기에도 편하게끔 되어 있다.
계곡 초입에는 풀장 같은 너른 소가 있다. 물이 깨끗하고 깊지 않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놀기에 편하다. 계곡 가에는 울창하게 뻗은 나무들이 계곡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고,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편하게 평상처럼 편평한 바위들이 그 나무들 밑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평상 같은 게 몇 개 보인다.
소를 이루고 있는 곳에는 많지는 않지만 피라미 같은 작은 민물 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고 아이들은 그 놈들을 잡아보려고 안달이다. 우렁찬 소리도 없고 거세게 내리뿜는 물이 아니기에 이런 민물 고기들이 소에서 놀고 있는 모양이다.
계곡 위쪽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길을 새로 내려고 하는 모양인데 계곡으로 토사가 유입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아는 듯 했다.
가족단위로 찾은 사람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이 계곡에 있는 내내 그대로였다.
계곡을 나와 근처를 둘러보니 작은 냇가들이 많다. 그냥 계곡이라 생각하고 놀 수 있을 정도로 물도 깨끗하고 시원한 그늘도 드리워져있다. 하긴 같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니까 여기든 저기든 깨끗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왔던 길을 나와 봉성 저수지로 향했다. 별천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깨끗한 물이 원천이다보니 저수지도 깨끗하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저수지와 위쪽에는 작은 냇가가 만들어져 있다. 별천계곡보다 여기에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하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여가를 즐기는 부류도 두 종류.
냇가에는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파라솔을 펼쳐 그늘을 만들어 휴식을 즐기는 가족도 있고, 그냥 나무 그늘아래 돗자리를 깔아놓고 자연을 만끽하는 가족들도 있다.
역시 여기서도 아이들은 물고기 잡는 데 여념이 없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물론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제법 보인다. 조금 깊은 냇가에서는 어른들도 그물과 통발 같은 것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다고 난리다.
저수지에서는 월척을 꿈꾸는 강태공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작은 파라솔 아래 미니의자에 앉아 저수지를 유유히 바라보며 그렇게 한나절을 보내고 있다. 낚싯대 끝을 바라보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오늘따라 고기가 잘 안잡히는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낚싯대 끝에 물고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올라오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계곡에 들어갈 때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오는 길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험한 장면도 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4~5명이 저수지에서 수영을 하는데 아찔하기 짝이 없다. 저수지는 물이 깊어 수시로 익사 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 위험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아무리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거나 호흡곤란을 일으키면 바로 사망으로 이어지기 쉬운 곳이 저수지다. 저수지에서는 반드시 수영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든 국도를 달리든 요즘은 주말이면 차로 넘쳐난다. 예전보다 여가를 선호하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한 곳이든 유명하지 않은 곳이든, 산이든 바다든 간에 어딜 가더라도 요즘은 사람들이 몰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만큼 여행이 보편화 되었다는 것이다.
7월이 다가오는 6월의 막바지 햇살이 사뭇 따갑다. 밝고 환한 하늘이 주말·휴일 분위기를 더 돋운다. 거창한 계획이나 준비는 제쳐두고, 하나 달랑 들고 이번주는 야외로 떠나자. 별천계곡과 봉성 저수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 가볼만한 곳

함안은 곳곳에 둘러볼만한 곳이 많다. 특히 읍에서 별천계곡으로 가는 길에 고분군과 향교·산성·정자·탑 등 문화유적들이 군데군데 있다.

교과서 속 늪지식물 여기 다 있다 ‘대평늪’

아이들과 함께라면 법수면에 위치한 대평늪(늪지식물 : 천연기념물 제 346호)을 찾아도 좋다. 별천계곡 방면이 아닌 반대방향인 법수 방면으로 들어가면 법수면 대송리에 있는 대평늪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보풀·자라풀·줄풀·창포·물옥잠·개구리밥·마름·가시연꽃·노랑어리연꽃·뚜껑덩굴 등 각종 늪지식물들을 직접 보고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늪지식물 보호를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유일한 곳이어서 늪지 식물 연구에 있어 중요한 곳임은 물론 아이들의 자연과학 학습에 유익하다.

가야문화 유적 고스란히 ‘도항·말산 고분군’

도항·말산리 고분군(사적 제 84·85호)에는 꼭 들러보자. 이 고분군은 옛 아라가야의 도읍지였던 가야읍 도항·말산리 일원에 위치하는데 가야문화의 유적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형고분 100여기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그 아래로 중소형고분 1000여기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곳 고분에서 출토된 큰칼·갑옷·말갑옷 등의 철제품과 각종 장신구들은 아라가야 왕의 강력했던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지난 1962년에 사적으로 지정될 정도로 역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는 곳이다.
함안향교(유형문화재 제211호)는 조선 효종(1649~59) 때 세워진 교육기관인데 한국전쟁 때 불탔으나 그 후 다시 지었다. 함안향교는 공부를 하는 곳인 명륜당이 앞에 있고 사당인 대성전이 뒤에 있는 전형적인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다. 현재 대성전에는 공자를 주벽으로 한 중국성현 7위를 봉안하고 있고, 동무에는 설총 등 9위, 서무에는 최치원 등 9위의 국내성현 18위를 봉안하고 있다.

기다림도 즐겁다 ‘강태공에 인기 입곡저수지’

국도를 이용해 마산으로 돌아온다면 입곡군립공원에 잠시 들러도 괜찮겠다. 뱀처럼 생겨 끝과 끝을 볼 수 없는 함안에서 제일 큰 저수지인 입곡저수지를 포함하고 있는 공원은 특별한 놀이 시설은 없지만 부담없이 들러볼 수 있는 곳이다.
저수지 왼편으로 송림이 우거져 있어 시원함을 더해주며 저수지 가로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저수지 오른편에는 축구나 배구·족구 등을 즐길 수 있는운동장이 있고, 산책로와 작은 폭포도 있어 쉬어가기 그만이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저씨들의 경기장면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 찾아가는 길

별천계곡을 가려면 읍내에서 주동리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하루에 3대 뿐이어서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오전 7시 10분과 오후 2시 10분·5시 10분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봉성 저수지는 별천계곡보다는 찾아가기가 쉽다. 주동리 가는 버스를 타지 않더라도 진동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여항면 사무소 앞에 내려 20~30분 정도 걸으면 봉성 저수지에 닿을 수 있다. 버스 또한 1시간 간격으로 있어 그나마 낫다. 그것도 불편하면 택시를 타면 되는데 봉성 저수지까지는 6000~7000원 정도, 별천계곡 입구까지는 8000~9000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
하지만 읍내에서 별천계곡까지 가는 길목에 들러볼만한 곳이 여럿 있기 때문에 자가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진주나 마산방면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함안 IC로 진입한 후 읍에서 진동방면으로 지방도 1004호를 이용해 약 8km 들어오면 여항면사무소를 만날 수 있다.
국도를 이용한다면 진주에서는 국도 33호선과 14호선을, 마산에서는 국도 2호선을 타고 오다 함안 방면으로 진입해 들어오면 된다. 진동방면에서 들어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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