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지나면 ‘내마음 고향’ 에 닿겠지

남해는 거제와 함께 남해안 가운데서도 해수욕장과 해변이 아름답기도 유명하다. 둘 다 섬이고, 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거제에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이 있다면, 남해에는 소금강산이라고 불리는 금산이 있다. 게다가 대교를 건너자마자 멋진 드라이브 코스인 해안도로가 길게 뻗어 있는 점도 공통점이다.
남해의 관문은 남해대교다. 하동 노량과 남해 노량을 이어 남해를 육지처럼 만들어 놓은 연륙교이다.
남해대교는 지난 1973년 6월 5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구름다리. 총 길이가 660m에 이르고 높이 80m, 폭 12m의 규모인데, 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노량포구의 모습은 날이 맑은 날이나 흐리고 비오는 날이나, 아침이나 해질 무렵 노을이 붉게 타오를 때나… 아무 때나 바라보아도 괜찮은 풍경을 연출한다.
너무나 평화롭게 보이는 이 작은 항구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노량대첩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라면 쉽게 믿기지 않는다.
그냥 작은 어촌 마을의 일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죽음을 병사들에게 알리지 마라”는 이 충무공의 애절한 나라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이 작은 항구가 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또 바다 위에 떠있는 거북선을 보면 ‘아! 여기가 그 유명한 노량해전이 있었던 곳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남해대교 위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대교 입구에 버스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워준다. 대교 아래로 이 충무공의 혼을 담은 물살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때마침 흐르는 땀을 기분좋게 씻어주는데 검문소에서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하는 듯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경찰관의 눈빛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계절을 탓할 수 밖에 없지만 매년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터널도 대교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것들 중 하나다.
대교를 건너면 조금 위에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에서 바라보면 대교가 시원하게 뻗어있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하늘거리는 나뭇가지가 조금 거슬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사진을 찍으면 그 나뭇가지 때문에 썩 괜찮은 작품이 나오곤 한다.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들고 멍하니 대교를 바라보고 있으면 충무공의 근엄한 모습과 육중한 다리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아래로 내려가니 꽤 많은 관광객들이 있다. 바다 위에 제각기 자리잡고 있는 ‘통통배’는 해전이 있었던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듯 마주보고 싸우는 것 같은, 때로는 도망가는 배를 뒤쫓아가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해안길 끝 자락에 ‘거북선’이 떠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기증한 이 거북선 모형은 내부와 외부를 그대로 재현해놓고 있어 관람이 가능하다.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인데 내용에 비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듯 했다. 특히 배 안에 있는 대포를 만져보기도 하고, 비치해놓은 투구와 옷을 직접 입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큰 칼을 뽑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에게는 입장료 가치가 충분한 듯 했다.
내부를 보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1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거북선을 나오면 오른편에 충렬사(忠烈祠)다. 보통 한자로 표기하지 않으면 ‘사’로 끝나는 건물들이 다들 사찰로 생각하기 쉬운데, 충렬사는 사찰에 쓰는 ‘사(寺)’가 아닌 사당을 나타내는 ‘사(祠)’를 쓴다. 그러니까 절이 아니고 이 충무공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사당인 것이다.
이 사당도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이 충무공 순국 34년째인 조선 인조 10년(1632년) 선비들이 이 충무공을 사모하여 사당을 처음 건립했는데, 그로부터 27년 후인 효종 10년(1659년)에 통제사 정익이 헐고 다시 지었고, 또 3년 후 현종 3년(1662년) 조정에서 이름을 내렸다. 지난 1973년에 사적 233호로 지정되었다.
노량포구 언덕에 자리잡은 충렬사는 숲이 자욱하게 우거져 있어 시원하다. 이 충무공의 시신이 처음 안치되었던 가묘가 아직도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고, 이 충무공의 영정을 모셔놓고 있다. 향을 피워놓고 절을 올린 뒤,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며 그냥 무릎꿇고 앉아 있어 보았다. 특별하게 뭘 하겠다는, 이 충무공에게 뭘 바라겠다는 것도 없이 그냥 사진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 셈이다.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어 주머니를 뒤져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보았다. 사진 속의 모습은 조금 무서운 표정인데 동전 속의 표정은 약간 웃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보니 아주 어렸을 적에 500원짜리 지폐에 이 충무공이 있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났다.
다시 한번 절을 하고 사당을 빠져 나왔다. 내려오는 길목 계단에서 바라보니 이번에는 대교가 가로질러 눈 앞에 보인다. 버스며 자가용이며 바쁘게 다리를 건너고 있다. 거북선 앞 해변에 앉아 또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앉았다.
이때 갑자기 “왔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른편에서 낚시를 하던 아저씨들 중 한 명의 목소리다. 얼마나 큰 놈을 잡았을까 궁금해 달려가 보았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반 어른 손바닥 2배 가까이나 되는 큰 놈을 낚아 올렸다. 그 아저씨는 찢어지는 입을 다물줄 모른다. 양해를 구하고 가방을 들쳐보는데 제일 작은 놈이 손바닥만 하다. 정확하게 세어보니 9마리다.
하동 진교에 사는데 주말이면 매일 이곳에서 낚시를 한다는 그 아저씨는 낚시의 매력을 장황하게 늘어놓기에 바쁘다.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그 아저씨가 붙잡는다. 오늘 기분이라며 제일 큰 놈만 빼고는 즉석에서 회를 친다. 칼 놀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덩달아 옆에 있던 아저씨 2명도 잡은 고기를 내놓는다. 30여분 퍼질러 앉아 제법 얻어먹고 자리를 일어섰다. 손을 흔들어보이는 모습에 따뜻한 마음마저 든다.
처음 왔을 때보다 마음이 더 편안하고 좋다. 깨끗한 남해와 넉넉한 인정. 다음 한 주를 활기차게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다음에 자가용을 구입하면 그 때 내가 남해 너를 다시 찾으리.’ 떠나는 발걸음이 못내 아쉽다.


▶ 가볼만한 곳

발길마다 당기는 섬·섬·섬, 환상의 남해~창선 연륙교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려수도, 그 중의 한 곳인 남해는 하동과 잇는 남해대교로 고립된 섬지역을 벗어났는데, 창선~삼천포 연륙교가 만들어지면서 사천과도 이어져 완전히 육지처럼 되게 됐다.
사천시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을 연결하는 연륙교는 지난 4월 28일 개통되었는데 전부 5개의 다리로 되어있다. 사천 대방동과 모개섬을 잇는 사장교 형태의 삼천포 대교(436m)·모개섬과 초양도를 잇는 중로식 아치형의 초양교(202m)·초양교와 늑도를 잇는 PC박스형의 늑도교(340m)와 초양도·창선도를 잇는 하로식 아치형의 단항대교(340m)와 PC빔형의 엉개교(150m) 등 각기 다른 모양의 5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단항대교와 엉개교를 묶어 창선대교라 부르기도 하는데 총 길이가 무려 3.4㎞에 이른다. 이 중 다리에 해당하는 구간은 1943m이다.
모개섬은 무인도이고, 초양도에는 70여명, 늑도에는 200여명이 살고 있다. 특히 늑도는 인근 신수도와 함께 예전부터 낚시터로 각광받던 곳이다. 낚시꾼들이 늑도를 찾기가 쉬워지게 된 셈이다.
삼천포~창선 연륙교가 생김으로 해서 기존의 남해 드라이브코스와 함께 새로운 드라이브코스가 생기게 되었다. 선진리 왜성부터 국도 3호선을 타고 오다 1003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연륙교를 건너 미조와 물건리 등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멋스런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밤 늦은 시간에도 연륙교를 건너는 사람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밤바다를 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기면 한밤의 무더위는 온데 간데 없다. 다리구간이 아닌 곳에서는 가볍게 뜀박질을 해도 좋다.
하지만 다리구간의 인도 폭이 너무 좁은게 흠이다. 두 명 정도는 너르게 지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서로 어깨를 빗겨지나가야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그것만 빼고는 괜찮은 것 같다.
무더운 여름 밤, 덥다며 집에 그냥 있지 말고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깊은 밤 바다 속으로 빠져보면 어떨는지….


▶ 찾아가는 길…먹거리

남해읍~창선 PM7시 막차 갈치·멸치회 여행 감칠맛

남해는 가볼만한 곳이 꽤 많다. 1박을 하거나 당일 코스라도 일정을 잘 잡으면 괜찮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자가차량을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다. 마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진교IC로 진입해서 국도 19호선을 따라 남해가 적힌 이정표를 보고 따라들어가면 된다.
반대로 삼천포~창선 연륙교로 들어오고 싶으면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진주에서 내려 국도 3호선을 따라 사천으로 들어간 다음 삼천포항과 창선 단항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마산에서 남해읍까지 바로 갈 수도 있고 마산에서 사천으로 간 다음 사천에서 창선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마산에서 남해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40~6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으며 요금은 7100원이다. 대략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남해대교에서 내려 노량포구를 둘러본 다음 검문소 앞에서 남해읍으로 들어가도 된다. 검문소 앞에는 마산, 진주, 하동 등에서 수시로 버스가 드나들기 때문에 어렵잖게 버스를 탈 수 있고, 요금은 1200원이다.
다만 남해읍에서 창선까지 가는 버스가 몇 대 없다. 특히 마지막 버스가 오후 7시에 있기 때문에 시간을 못 맞추면 택시를 타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읍에서 창선까지 택시비는 2만원 정도 나온다. 아니면 오후 7시 20분과 8시에 지족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데 지족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창선까지 가면 번거롭지만 요금은 조금 절약할 수 있다.
남해는 해수욕장과 관광지가 많아 곳곳에 숙박시설이 있어 불편함이 없다. 여관과 민박도 많고 편백휴양림으로 가면 통나무집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또 남해는 갈치와 멸치가 많이 잡힌다. 갈치회나 멸치회를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할 듯 싶다.
남해대교 아래에는 1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횟집이 늘어서 있어 신선한 회를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새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초고추장은 신선한 회를 먹는 데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한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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