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많이 깨끗해졌네…그때 그풍경은 그대로야

책상 앞에 앉아 나도 모르게 한 숨을 쉬었는가 보다. 갑자기 옆 자리에 있던 선배가 투박한 사투리로 “와 그라노?”하며 묻는다. 그래서 이번주 ‘근철아 어디가’ 갈 곳을 마땅히 정하지 못해 그렇다고 하니 “재단장 한지 10개월이 넘은 돝섬이나 한 번 가보지?” 그런다.
그러고보니 꼭 산이나 계곡이나 바다만 찾아볼 것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도심 속에 있는 흔하지 않는 해상유원지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94년에 가보았으니 근 10년은 된 것 같아 그러기로 했다. 또 재단장하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후도 안 되었는데 도로 중앙에는 이미 ‘주차장 만차’라는 표지판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입구에는 ‘해양수산청 주차장을 이용하시오’라는 안내판이 내걸려 있다. 그러나 해양청 주차장도 주차할 만한 곳이 딱히 없는 형편.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인데도 돝섬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표를 구입하고는 선착장으로 나와 여객선에 올랐는데 출발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돝섬을 찾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붉은 빛(?)’ 바다를 바라보고는 배에 올라탄 사람들 모두 한 마디씩 거든다. “소문을 듣긴 들었지만 마산 앞바다가 이렇게 엉망일 줄은 몰랐네” “검다 못해 붉은 색을 띠는 바다는 처음보네”하며 저마다 탄식을 내뱉기에 바빴다.
바다는 쳐다보지 않고 돝섬만 바라보고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데도 자꾸만 눈이 바다로 향한다. 게다가 여객선이 돝섬을 향해 가며 일으키는 물보라가 얼굴까지 튀어 기분이 찜찜하면서도 ‘마산만에 대한 걱정’은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5분여 달려오니 돝섬에 닿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공원 같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유원지 같은 느낌이 많이 보완돼 있었다. 도착부터 느껴지는 인상은 많이 깨끗해졌다는 데 동의할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도 “많이 깨끗해졌네”하며 달라진 유원지에 만족하는 듯 했다.
놀이공원이나 기타 부대시설은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 먼저 ‘밀애(?)’를 나눴던 94년을 떠올리며 외곽 해안길부터 걸어보았다.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예전에 케케하고 기분나쁘게 풍겼던 냄새도 거의 안 나는 것 같다. 아직 이른 시간이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인지 구석구석에서 끌어안고 키스를 하거나 요상한(?) 자세로 벤치에 앉아 있는 젊은 커플들은 볼 수가 없었다. 대신 돗자리를 깔아 놓고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 먹는 가족단위 여행객들만 볼 수 있었다.
더 돌아가니 학 모양을 본 뜬 ‘학 카페’가 있다. 94년에는 몇몇 식당에서 동동주와 파전을 팔고 그랬는데, 지금은 오붓하게 분위기를 낼 수 있게끔 카페로 변모해 있다. 바로 옆은 제2선착장인데 낚시를 금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낚시터는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별 생각없이 낚시대를 물에 담그고 있는 듯 했다.
3분의 2정도 섬을 돌고 나니 ‘그늘막 주점’이 형성돼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주점들을 한 데 모아놨는데 훨씬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 든다. 바로 옆에는 콘도가 깨끗하게 지어져 있다. 1층은 침대가 있는 방이고 2층은 온돌방인데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섬을 거의 다 돌아 나오니 여관과 식당가가 나온다. 횟집이며 노래방이며 심지어 단란주점까지 보인다. 가족단위 유원지에 단란주점이 있다는 것이 썩 내키진 않는다.
시계를 보니 서커스 공연을 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파출소 옆 길을 따라 올라가니 공연장이 나오고 이미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같이 배에서 내렸던 많은 사람들이 다들 어디 갔나 싶었는데 절반은 놀이공원, 절반은 여기에 다 모여있는 듯했다.
유랑극단 ‘마성 서커스단’의 공연이 펼쳐졌는데 마침 젊은 친구가 저글링 묘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어 외발 자전거 타기 곡예가 이어졌는데 현란한 테크닉은 서커스장을 찾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어 난장이 묘기를 선보인 ‘땅콩 아가씨’는 인기 폭발이었다. 이외에도 공중 그네타기?공중 줄타기?불쇼?링에 칼을 꽂아놓고 통과하는 묘기 등이 이어졌는데 역시 아찔하고 숨막히는 칼 꽂힌 링을 통과하는 묘기와 공중 줄타기 묘기가 가장 인기 있었다. 또한 별도의 관람객료가 없이 자발적으로 구입하는 ‘1000원짜리 책받침’이면 되기에 때론 공짜로, 부담을 하더라도 1000원이면 충분하기에 보는 재미는 짭짤했다.
바로 아래 마련된 조류관이 입장료 3000원이어서 관광객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났다.
서커스장을 나와 가장 정상에 위치한 잔디광장을 찾았다. 4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술 냄새는 나는 것 같은데 다 먹고 치우고 난 뒤 노는 것인지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는 춤마당을 벌이고 있었다. 잔디광장에 설치된 놀이시설인 스카이 싸이클은 인기가 없는지 이용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바로 아래 숲에는 ‘인디언 바비큐’가 마련돼 있다. 특별한 것이 아니고 육고기나 해산물 등 셀프로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더워서인지 이 역시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놀이공원으로 내려오는 숲 중간중간에 연인이나 가족들이 제법 보인다.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남자 친구 허벅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의 포즈가 야하면서도 재미있다. 한쪽에서는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인지 모르겠는데 토끼 한마디를 놓고 아이들 너댓명이 토끼 몰이에 여념이 없다. 옆에서는 그 모습이 재밌다며 어른들이 낄낄 거리며 웃는다.
숲 길을 내려오니 놀이공원이다. 두루 다 둘러본 뒤라 여유가 생겨서 놀이기구 마다 기웃거려 보았다. 서커스 공연과 함께 유원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놀이공원. 그 중에서도 ‘허리케인’이 가장 인기가 좋아 보였다. ‘다람쥐통’이나 ‘회전목마’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듯 했다.
‘놀이기구 공포증’을 가지고 있지만 용기를 내서 허리케인을 타보았다. 그냥 왔다갔다하는 바이킹보다 더 무서운 것이 공중에서 회전을 한다는 것.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심장이 머리위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잠시 ‘응큼한(?)’ 생각에 맞은편에 앉은 아가씨의 들썩이는 치마에 쏠리는 시선을 거두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바이킹’과 ‘범버카’에도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몰려 2.3위의 흥행 순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풍선 터뜨리기’나 ‘공기총’ 코너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렸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행운교’를 건너니 완전히 돝섬 한 바퀴를 돈 셈. 초상화를 그려주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황금 돼지’는 처음 도착했을때도 무섭게 째려보더니 이번에는 ‘젊은 놈이 이런 데를 혼자서 오냐’는 식으로 약간 비웃으며 쳐다보는 듯 했다.
저녁 으스름이 지면서 선착장 오른편의 식당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비싼 회를 포함해 매운탕, 중식, 분식, 한식, 경양식 등 입맛에 맞는 한끼 식사를 선택해 단란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홀로 식사를 마치고 짙은 어둠 속에 섬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오후 8시가 다 되어가니 놀이기구는 ‘올 스톱’해 버린다. 사람들도 대부분 떠난다. 10시가 넘어서도 오는 커플들을 볼 수 있는데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10시30분, 마지막 직전의 배를 타고 섬을 벗어났다. 거의 모든 불빛들은 잠들었고 가로등과 몇몇 식당만이 훤한 불빛을 내고 있었다. 반대로 시내 해안가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끝없이 줄을 지어 있다. 재단장 한 후의 돝섬은 어떻느냐고 선배가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깨끗해지기는 많이 깨끗해진 것 같더군요.” 도심에 묻혀 있는 돝섬 해상유원지가 지역민들에게 더욱 가까운 휴식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 찾는길,먹거리, 잠자리-콘도 저렴, 바비큐 파티 가능…가족에 안성맞춤

마산까지만 진입하면 돝섬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중부내륙고속도로나 남해고속도로에서 진입을 한다면 서마산 IC로 들어와, 석전 사거리와 육호광장을 거쳐, 부림시장을 지나 마산시청에서 신해안로를 따라 들어오면 마산항 여객터미널을 찾을 수 있다.
창원에서는 창원공단에서 봉암교를 건너 수출자유지역을 지나고, 어시장과 신해안로를 거쳐 마산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사천과 진주방면에서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마산 IC로 진입하거나, 국도를 이용한다면 마산대학을 지나고 중리 삼거리를 통과해 회성동과 석전사거리를 지난 다음, 역시 신해안로를 따라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돝섬 이용료는 입장료와 왕복 여객선비를 포함해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며, 오후 5시 이전에는 수시로 배가 다니며 그 이후에는 30분마다 배가 왕복한다.
‘허리케인’‘바이킹’‘범버카’ 등 11가지 놀이기구는 대인 3000원, 소인 2000원에 이용할 수 있으며, 식당은 한식, 중식, 경양식, 분식, 횟집 등 다양하게 있어 입맛대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인디언 바비큐’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할 수도 있고, 학카페나 웨스턴 바, 그늘막 주점, 노래방, 커피 하우스 등이 곳곳에 있어 분위기 따라 다양하게 이용 가능하다.
숙박은 모텔과 콘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모텔은 1박에 3만원이며, 콘도는 5만5000원이지만 10명도 거뜬하게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너른 공간이어서 4인가족이나 더 많은 사람들이 숙박을 할 경우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또한 취사시설이나 샤워시설도 잘 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고 1층은 침대방, 2층은 온돌방으로 되어 있다.
밤 11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기는 하나 8시께면 거의 문을 닫고 몇몇 식당만이 문을 열고 있다. 서커스 공연은 오전 10시 40분 첫공연을 시작으로 하루 5차례 열린다. 마지막 공연은 오후 4시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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