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가 호남 연고를 떠나 공개 매각에 나선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15일 프라자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해태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의 위성복 행장이 최근 야구단 매각을 KBO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조만간 광주를 방문해 지역연고 기업체들과 인수 방안을 협의하는 등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호남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중에서는 야구단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업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호남의 상징'이었던 해태 야구단이 연고권인 광주 및 전·남북을 떠날 가능성마저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총재는 “그동안 호남 연고 기업들과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야구단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총재는 “나머지 국내 기업 중에서는 연고권을 호남이 아닌 수도권 등지로 옮겨주면 야구단 인수를 고려해 보겠다는 업체가 있다”고 밝혀 해태 야구단이 창단 20년만에 호남을 새로운 도시로 옮겨 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전·남북을 대표하는 야구단이었던 해태 타이거즈는 83년 첫 우승을 포함해 86년, 87년, 88년, 89년, 91년, 93년, 96년, 97년 등 통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또 선동열과 이종범·김성한·한대화·김종모 등 프로야구의 숱한 스타들을 배출하며 국내 프로야구의 최고 명문구단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혀왔었다.
그러나 해태는 98년 모그룹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선동열과 이종범·임창용 등 간판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시켜야 될 만큼 운영난을 겪었고 지난 겨울에는 18년동안 사령탑을 지켰던 김응용 감독마저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정기주 해태 사장은 “올시즌 운영자금은 해태 제과로 부터 81억원을 지원받아 큰 문제는 없지만 계속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KBO는 8개 구단의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위해 해태 야구단 매각 시기를 전반기로 잡고 국내의 유력 기업들과 활발한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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