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designtimesp=25829>은 프랑스의 자연주의 작가 에밀 졸라가 1885년 발표한 소설이다. ‘제르미날’(Germinal)은 1789년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달력으로 일곱번째인데, 아월(芽月) 또는 파종(播種)의 달로 번역돼 왔다.

이 작품은 몽수라는 지역의 탄광촌을 무대로 노동자 가족의 일상을 힘차게 그리고 있다.

랑티에라는 사회주의 노동자와 ‘마외’라는 평범한 노동자 집안의 몰락을 임금삭감반대파업을 통해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조금만 신경쓰면 비디오숍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물론 150분짜리 대작이어서 실제 보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 하나. 자녀가 일곱이나 되는 마외 부부와 아버지·하숙생 랑티에까지 쳐서 11명이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이 집에는 탄광 노동자가 6명 있는데 일터에서 돌아온 큰딸이 목욕통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는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다. 마외의 아내가 딸을 넘기는 조건으로 가게에서 얻어온 빵과 고기·버터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큰아들과 작은아들·마외가 차례대로 목욕을 한다.

막내를 낳은 지 5개월밖에 안됐지만 마외의 아내는 식구들에게 필요한 끼니와 옷가지를 얻기 위해 하루종일 바쁘다. 또 물을 길어와 데운 다음 온 식구가 목욕할 수 있도록 퍼 나르고, 마지막으로 남편이 목욕을 마친 다음에는 손수 닦아주기까지 한다.

남편 마외는 수건으로 닦아주는 아내의 손길을 받고 있다가 갑자기 “디저트를 먹어야지, 디저트!” 하면서 아내에게 달려든다. 짐승처럼 굴지 말라는 아내의 거부와, 막내의 눈길만이라도 돌려놓자는 애원조차 무시한 채 남편은 허덕허덕 달려든다. 뒤로 돌려세운 아내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오른쪽 허벅지를 식탁에 비스듬히 올리게 한 다음 일을 벌인다.

이 장면이, 서유럽의 역사와 자본주의 발전사에 비춰볼 때 크게 과장됨이 없고 사실보다 더 사실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마외의 아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인 출산의 고통은 물론 자녀를 키우는 부담까지 전적으로 지고 있다. 또 가난에 찌든 가운데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 하고 시도때도 없이 솟구치는 성욕 해결의 대상 노릇까지 해야 한다.

뿐인가! 같은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한테 15살 때 겁탈 당했고 20살 때 마외를 만나 임신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탄광 일을 그만두고 결혼한 전사도 갖고 있다.

이 소설의 사실적인 묘사의 힘은 현실에서 어떤 쪽으로 작용할까· 어떤 이는 현실이 아니라고 하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눈감아 버리고 싶기도 하겠다.

또 다른 사람은 현실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하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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