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결성을 둘러싸고 한 달 이상 마찰을 빚어 오던 한일병원이 노사의 원만한 합의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일병원 노조결성이 지역의 다른 병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은 병원마다 큰 변화조짐이 없는 가운데 ㅈ병원은 최근 노사협의 과정에서 간호사 충원 등 근로조건 개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한일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인근 지역의 어느 병원에서 간호사를 급히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한일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는 절대 뽑을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통보를 받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김연희 사무차장은 “아직도 의료계나 병원측이 전근대적 노사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병원노조 결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따라서 한일병원노조 결성으로 병원의 전반적인 근무조건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관리자들의 견제로 또다른 병원노조 결성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면 병원에서의 노조결성이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여기에는 병원사업장이 갖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김현 본부장은 “직원의 채용과정이 가장 큰 문제”라 지적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신규 직원의 채용과정에서 형식은 공개채용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사실상 병원장이나 병원내 고위 간부의 인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직원 대부분이 관리자급과 연결돼 있어 노조결성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경상대병원노조 이소영 부지부장은 “병원내 성차별도 노조결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라 지적했다. “병원에 종사하는 직원 대다수는 간호사로서 여성이다. 그리고 간호사는 승진기회도 거의 없다. 하지만 행정실이나 방사선실, 물리치료실 등에 근무하는 남자직원들은 없던 자리도 새로 만들어 승진시키고 있다. 또 평소 각종 모임을 통해 남자직원들끼리의 결속도 유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정당한 요구는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다.” 진주지역 병원의 노조결성이 어렵다는 사실은 담당공무원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진주지방노동사무소 강종길 소장은 “지역 병원관계자들의 노사관이 매우 보수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각 사업장에서의 노조결성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이제 병원장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일병원노조결성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노동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감시와 감독이 있어야만 병원노동자들의 권리도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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