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드라이브코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후배 기자를 두들겨 패듯 깨워가지고는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합천호로 출발했다. 군데군데 짙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억지로 분위기를 만들어본다. “운치있지 않냐”는 말에 후배 녀석은 ‘총각끼리 가는데 운치는 무슨 운치…’라는 듯 입술을 씰룩거린다.
길 눈이 어두워서인지 중간중간 길을 헤맸다. 그러길 2시간여. 마침내 합천호가 굽어 보이는 합천댐에 도착했다.
덕유산 남쪽 자락의 거창군 북상면에서부터 시작되는 황강(黃江)을 88년 12월에 완공된 합천댐이 막아서며 합천호를 이루고 있다. 한눈에 내려다봐도 물이 참 맑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제법 쌀쌀한 날씨탓에 전망대 매점에서 파는 어묵 국물로 몸을 데우고는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호수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작은 배 한 척도 눈에 들어오고, 거대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댐의 전경도 보인다.
호수만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다. 댐 아래 합천읍 쪽으로 예쁜 산 하나가 보인다. 악견산이다. 산 자락에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버섯 모양의 건물 여러채가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는데 관광농원이란다.
합천호 주위에는 악견산만 있는게 아니다. 황매산과 금성산 등 여러 산들이 병풍처럼 합천호를 둘러싸며 또다른 그림을 만들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맑다. 산자락에 걸려 있는 짙은 구름이 살며시 움직이는 모습도 보인다. 호수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가만히 지켜보자니 그냥 그 곳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어진다. 물안개는 주로 새벽에나 볼 수 있다는데 날씨 탓이었는지 엷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건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는 것. 합천호는 깨끗하고 조용한 호수의 전경도 일품이지만, ‘벚꽃 100리 길’을 빼놓고 얘기하면 안된다. 특히 댐에서 거창방면으로 이어지는 봉산대교까지의 코스가 가장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을 옆자리에 태우고 벚꽃 가루 나부끼는 호반도로를 쭉 달리다보면 어느새 ‘사랑의 마술’에 걸려버린다.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운전을 하던 후배가 징그러운 미소를 그린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리니. 올 해에는 4월 초순에 벚꽃이 핀다니 시기에 맞춰 ‘분홍빛 사랑’을 속삭이러 떠나보자.
도로를 달리다 보면 호수 전경 외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다. 강·호수를 끼고 달리는 시원한 맛도 좋고, 산허리를 감도는 고갯길도 스릴이 있다. 특히 가파르게 꺾인 굴곡 심한 길을 달리다보면 짜릿한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황매산·악견산,병풍처럼 둘러싸

고갯길 휘감으며 강태공 보는 재미


곳곳에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합천호를 이루는 황강이 너무 맑은 탓에 곳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유료 낚시터가 몇 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아무데서나 낚시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주로 붕어·향어·잉어·메기 등이 많이 잡힌다.
시장기를 느껴 인근 식당에 들렀다. 사람들이 드문게 날씨 탓인가 싶었는데,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이곳에서 잡히는 빙어나 메기 맛을 보기위해 식당에 다 몰려있었던 것 같다. 메기탕을 시켜 먹어보았다. 걸쭉한 국물을 몇 스푼 연거푸 떠먹어 보았다.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숟가락을 못 놓게 한다. 그리고 인근 산에서 나는 냉이며 버섯이며 각종 산나물이 입맛을 더 돋운다.
배도 채웠겠다 다시 차를 쌩쌩 몰아본다. 날이 제법 어둑해지면서 또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특히 바라보는 장소마다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져 이곳저곳에서 차를 세워본다. 호수가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다시 나타났다가 끝없이 반복되는 ‘호반도로’. 왜 사람들이 이곳을 드라이브 코스로 꼽는지를 알 것 같았다.
합천호와 벚꽃 백리길은 해인사·황계폭포 등과 함께 ‘합천 8경’ 중 제6경에 속한다. 벚꽃이 피는 봄도 좋겠지만, 가을·겨울 어느 계절이든 나름대로 좋다.
더 둘러보고 싶은데 해가 쉬이 져 버린다. 어두워져버린 호수의 수면이 은빛 물결로 찰랑인다. 산자락에 파묻혀 있는 나무들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또다시 촉촉한 비가 내릴 듯 하다. 출발할 때도 제법 추웠는데 돌아가는 길도 추위가 밀려온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봄 기운이 새록새록 돋는다. 향기는 나지 않지만 포근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누군가가 그리운 지금. 합천호의 넓은 마음을 엿보고 와서 그런지 그래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 찾아가는 길

마산에서 자가차량을 이용한다면 서마산IC나 동마산IC를 통해 진주방면 남해고속도로를 탄다. 그리고 장지IC나 군북IC를 통해 의령을 경유하면 된다. 20번 국도를 계속 달리다 대의면에서 33번국도로 갈아탄다.
진주방면에서는 33번국도를 이용해 대의면까지 곧장 달리면 된다. 마산방면에서나 진주방면에서나 대의면에서 합천을 향해 내달리게 된다.
대의삼거리에서 삼가·합천 방면으로 달리다 삼가삼거리를 지나면 여러 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아무데로나 가도 합천호를 둘러싼 외곽도로를 만날 수 있다. 가회면 방면으로 가도 되고, 합천읍 방향으로 가도 된다. 오히려 합천댐 이정표만 보고 가다보면 자칫 합천댐을 지나칠 수도 있다. 합천읍에서 대병면 방향으로 넘어가 합천댐을 구경하고 봉산면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편이 나을 듯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진주방면에서가 편리하다. 진주에서는 합천읍까지 오전 6시 1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30~40분간격으로 차편이 많다. 마산에서는 오전 7시·10시 25분·12시 35분, 오후 1시 35분·3시·6시 20분, 이렇게 6대뿐이다. 오히려 진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합천행으로 갈아타는 게 낫겠다.
합천읍에서 합천댐을 가려면 대병면행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 합천호 주변의 숙박과 음식

합천호 일대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기에 자가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대중교통보다 낫겠다. 그리고 합천호의 깨끗한 물에서 직접 잡는 싱싱한 붕어·메기·빙어·민물장어의 맛을 보고 가지 않는다면 후회할 듯.
가게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메기탕은 보통 2만~3만원선. 빙어무침이나 튀김도 2만~3만원 선이다. 붕어찜이나 메기찜도 가격은 비슷한 수준. 4명이면 3만원짜리 하나 시켜도 넉넉하게 먹을 듯 하다.
그리고 합천에서 직접 키우는 토종 흑돼지나 오리·촌닭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오리는 보통 1마리에 2만2000원선이며, 흑돼지는 1인분에 6000원선. 촌닭 백숙과 닭볶음탕도 2만5000~3만 5000원 선이다.
합천댐과 가장 가까운 곳에 대략 5군데의 식당과 숙박업소가 있는데, 하얏트장과 합천호 관광농원·동광가든·악견산 가든·한우리 가든 등이다.
대부분 노래방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한우리 가든에서는 2인 기준 2만원에 민박을 하며, 하얏트장도 2만 5000원에 하루 묵을 수 있다.
합천호 관광농원에는 찜질방을 겸한 숙박시설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민박 등 숙박에는 불편함이 없을 듯 하다.
대병면이나 봉산면으로 나가거나 합천읍으로 나가도 장급 여관이나 민박, 각종 식당이 많아 큰 불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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