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마추어 스포츠의 특정종목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순식간에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인기 종목에는 우후죽순격으로 팀이 신설되고 선수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와 반대되는 처지의 종목들은 갈수록 선수가 줄어들어 머지않아 존폐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재정 능력이 취약한 일선 학교들도 기초종목 육성이라는 과제보다는 돈되는 종목을 육성하는데 혈안이 돼 있고 학부모 역시 일찌감치 과실을 따 맛볼 수 있는 종목에 눈독을 들일 뿐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비인기 종목은 설 땅을 잃게 될 전망이다.

부익부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종목은 프로화가 뿌리깊이 정착한 축구·농구·골프 등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양궁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축구가 1년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축구의 경우 올림픽 8강진출 실패, 아시안컵축구 참패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팀·선수는 늘고 있다.

지난해 까지 580개였던 아마추어 축구팀이 1년사이 13.1%나 폭증한 656개에 이르는데, 초등부의 경우 남자 18, 여자 9개팀이 늘었고 중등부도 남자 21개, 여자 11개팀이 새로 창단했다.

다른 어떤 종목에서도 보기 힘든 축구팀의 증가는 2002년월드컵이 끝나고 본격적인 전용구장 시대를 맞을 경우 또다른 기폭제가 돼 저변확대를 부채질할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박세리·김미현·최경주의 미국무대 활동과 함께 아마추어 골퍼도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개인종목의 특성상 많은 수의 선수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골프는지난해말 대한골프협회에 등록한 아마추어 선수가 98년에 비해 300명 가량 폭증해 4200명에 이르던 것이 11월말 현재 다시 4239명으로 10% 가까이 늘었다.

더구나 미국이나 호주 등 해외에서 기량을 배우러 떠나는 선수들이 해마다 큰폭으로 늘고 있고 연습장을 드나드는 잠재적인 아마추어 골퍼까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협회 등록 선수는 5년내에 6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프로화가 되지 못한 종목 가운데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 단숨에 포상금 획득이 가능한 양궁·태권도 등의 종목에서 꾸준히 선수가 늘고 있는데 양궁의 경우 올해에만 덕인초등, 전남체중 등 12곳에서 팀을 창단했다.

이와 반대로 빈익빈의 현상속에 팀 해체가 잇따르는 비인기 종목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남의 하키경기장을 축구장으로 내준채 보조경기장으로 쫓겨난 하키의 경우 한때 130여개에 이르던 아마추어팀이 현재 97개로 줄었고 특히 실업팀은 7개에 불과하다.

또 97년까지 5000명에 이르던 볼링 선수는 3년사이 3000명으로 줄었으며 사격팀도 97년말에 비해 실업팀을 주축으로 무려 17개팀이나 문을 닫았고 정구는 지난해 453명이던 선수가 지금은 52명이나 코트를 떠났다.

이밖에 배드민턴도 지난해 1497명이던 선수가 1360명으로 137명이나 줄어든 가운데 아마추어 씨름은 지난해까지 267개나 운영되던 팀이 250개로 감소하면서 선수수가 2281명에서 2194명으로 주는 등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종목외에도 상당수 비인기 종목들은 억지춘향식으로 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당 종목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는 갈수록 줄고 있고 팀을 창단하려는 의욕을 보이는 학교나 기업들을 찾기가 해를 거듭할 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인기와 돈을 쫓는 세태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팬들로 부터 인기종목에는 선수들이 몰리고 팀 창단이 잇따르고 있지만 비인기종목은 협회의 존속 자체를 위협받는 사태가 올 수 있을 정도”라며 “스포츠의 균형 발전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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