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이 고득점 인플레로 인하여 변별력을 상실함에 따라 대입지원에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비난받고 있다. 특히 상위권과 중상위권의 비슷한 점수 대에 많은 학생들이 몰린 데다 2002년도의 대입제도 변경을 앞두고 있어 합격위주의 눈치작전이 그 어느 해보다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대학들도 예년보다 논술과 면접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벌써부터 고액이 오가는 논술과외나 면접과외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그 부작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한해 사이에 평균 점수가 27점 이상이나 오르게 될 정도로 난이도를 조정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잘못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수능문제를 쉽게 출제했다는 기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수능의 문제점은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수능이 신입생 선발자료로서 구실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변별력을 잃게되면 오히려 논술이나 면접에 치중하게 되어 또다시 고액과외의 부담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등한시한 처사에서 비롯되었다. 변별력도 잃고 실제로 과외부담은 줄지 않고, 결국 학교교육은 허공에 뜨고 마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해당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입장을 생각할 때 이는 엄청난 과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수능이 변별력 문제를 빚은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이를 다시 선발고사 위주의 성격으로 강화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는 시험으로서 제도적으로 정착될 때가 되었다. 수능을 통해 전국의 수험생들을 줄세우기하고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가 우리 학생들의 인성을 얼마나 황폐화시켜 왔고 학교교육을 비정상화시켜 놓았는지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 역시 점수 이외의 다양한 기준들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 수험생들의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2002년 새 입시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폭넓은 의견수렴과 철저한 대책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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