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플랜트산업을 대표하는 거대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이 12일 두산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앞으로 두산처럼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득한 경영의 노하우와 기계산업에 대한 경험을 한국중공업의 발전설비 노하우와 접목시킬 경우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최고령 기업인 두산은 지난 95년 이래 국내기업 최초로 1·2차 구조조정을 단행, 29개 계열회사들을 주력 4개사로 줄인 후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었다. 특히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해 OB맥주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라사에, 양주사업부문 전체를 캐나다 시그램사에 각각 매각하는 과감성을 보여 주목을 끌었던 기업이다.

두산의 한중 인수는 간략히 두가지 의미를 담고있는 것 같다. 이것은 공기업 민영화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 그 하나이다.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에 대한 대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한편 공공부문 개혁과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또 하나는 OB맥주를 해외에 넘기고 재도약의 동력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해 오던 두산은 이제 이 한국중공업을 간판기업으로 기계-중공업-건설을 그룹의 주력으로 재편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중의 이와 같은 새로운 도약에 큰 기대를 걸면서도 업계 한편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사업영역이 소비재 중심이었던 두산이 한국중공업처럼 큰 제조업체를 맡아 안정적인 조업물량 확보라는 생소한 난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민간기업으로서의 한중에게 이제 해외로부터의 물량확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중공업의 영업환경이 지난 98년이래 악화일로에 들어선 게 현실이다. 국내 최대의 발주처인 한국전력이 IMF를 겪으면서 신규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투자를 보류하는 등 공사물량을 급격히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다 한중 자체는 근 20여년간 내수에만 안주, 해외수주에 미온적이었던 것이다. 온실에서만 커 온 기업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두산은 선진업체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모색, 제한된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에 동반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게 그 타개책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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