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도 지역신문 구독하겠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과 행정개혁을 총지휘할 행정자치부 장관에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발탁됐다. 그의 발탁은 ‘비주류의 반란’으로 일컬어지는 ‘바보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지만, 여전히 기득권의 향수에 젖어있는 주류의 입장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여질만 하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 관료들은 물론 경남의 행정관료들도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고 한다. 행자부의 분위기에 대해 <연합뉴스>는 “남해군수 시절 보였던 인사스타일과 기자실 폐쇄 등의 행적을 떠올리며 행자부 조직 내부에서도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질 경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장관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파격보다는 원칙에 따라 정도를 걷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그의 업무스타일도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차근차근 결론에 도달해 나가는 외유내강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 장관은 입각 후 <경남도민일보>와 첫 인터뷰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 다른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역언론으로서 지방분권 추진 사령탑을 반드시 인터뷰해야 한다는 주장에 결국 동의했다. 그는 공식 조각발표에 앞서 기자와 전화를 통해 주요 질문에 대한 대화를 나눴으나, 27일 오후 다시 이를 서면으로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왔다.

-먼저 소감부터 밝혀달라.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 5년 뒤 대통령께서 퇴임할 때, 전 국민이 박수칠 수 있도록 저에게 맡겨진 과제를 조용히, 하지만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자신이 행자부 장관으로 발탁된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1월초에 대통령님과 만나 3시간 동안 지방분권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행자부를 맡길 줄은 몰랐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지방자치의 상징이라는 점도 반영된 것 같다. 저는 별로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대통령께서는 남해군수 시절의 행정사례를 높게 평가하신 것 같다. 제가 잘 하는 것이 지방의 인재를 육성하고 지방이 발전하는 길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장관직을 수행하겠다.

-행자부 장관으로서 특별히 중점을 둘 분야는 뭔가.

△학교간 딸이 무사히 돌아올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서울과 지방이 차별받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것, 이런 것이 행자부에게 부여된 국가적 과제라 생각한다. 행자부를 지방분권추진본부, 자치단체지원부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을 지원하는 인재들이 충분히 준비된 인재풀로 만들고, 국민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겠다. 공무원들이 분권마인드를 갖고 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꼭 필요한 부서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지방분권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지역주민들이 지방행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지역공동체를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혀달라.

△공무원노조는 시대적 흐름으로 볼 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공무원 노조를 허용하되, 단체행동권과 관련해서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는 관료사회를 잘 움직이지 못하면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안다. 공무원 노조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공무원을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노조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 들었다. 행자부 입법안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단체행동권 문제, 정치적 중립에 관한 문제, 상급단체 가입에 관한 문제를 두고 공무원 노조와 충분한 대화를 하겠다.

-김대중 정권의 제2건국위가 토호와 기득권 세력의 방패막이가 됐다. 존폐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장관은 어떤 입장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국민운동은 성공하기 어렵다. 제2 건국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는 말 그대로 참여정부다. 자치단체에서 회의 준비도 하고 예산도 지원하고 하는 것은 진정한 참여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건국위는 관 주도의 운동이었고, 일부지역에서는 유지들의 사랑방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국위는 올해도 19억원의 예산을 배정 받았지만 실제 활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2건국위원회를 다른 역할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인수위 발표가 있었는데.

△일부 건전한 시민운동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있지만, 일단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밑천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국민운동이 아니라면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가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운동을 주도하겠다는 권위주의시대의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남도민일보>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25일 자유총연맹과 새마을·바르게살기 등 3대 관변단체를 해체하거나, 인위적 해체가 어렵다면 정부지원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사를 썼다. 관변단체 정부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름대로 사회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고, 지역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에 따라 평가가 틀리게 나오기도 한다. 관행대로 지원을 할 것인지, 지원을 한다면 어떤 원칙으로 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단, 국민운동단체도 이제 정부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 사회적인 추세에 맞다고 생각한다.

-NGO에 예산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지원제도가 지자체의 NGO 길들이기 도구와 갈라먹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관에서 심사할 게 아니라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 자율심사를 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자치단체마다 운용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기금 설치도 좋은 의견이긴 하지만, 행자부가 자치단체의 행정행위에 대해 간섭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생각이다.

-지방분권이 주민참여 확대와 단체장의 권력분산 등 지역사회의 자체혁신 없이 추진될 때 결국 지역 토호의 기득권만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주민소환제와 주민소송제·주민발안제·주민투표제의 전면도입에 대한 생각은.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행정에 대한 주민의 직접 참정권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지방자치는 법과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분권적인 틀을 만들어 놓아도 지역사회가 민주적이며 분권적인 구조로 바뀌지 않는다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행자부는 지역문제는 자치단체에 맡겨 두고 지역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일을 도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중앙권력의 지방분산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광역지자체 권력의 기초지자체 이양도 수반돼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기초단체가 독자적으로 또는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서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국 지도를 놓고 봤을 때, 지역마다 색깔이 다른 ‘모자이크식 발전’을 추구해야 전국이 골고루 살아 남을 수 있다. 이런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행정조직이다. 따라서 행정조직의 모습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행자부나 시·도는 기초단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권한과 업무를 넘겨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군수출신이 장관으로 온다고 해서 행자부 관료들의 반발이 컸다는 후문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과거 읍·면·동단위 조직까지 실핏줄처럼 거느리고 있던 시대에나 나올 얘기다. 그런 반발을 하는 분들은 소수일 것이다. 행자부 계신 분들도 자치제 시행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다. 임명직 군수 시절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 능력있는 분들이라 분권이 필요하고 행자부가 다른 부서보다 시대를 앞서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어쨌든, 기존 관행으로 보면, 상당한 파격이라 느껴질 만하다. 하지만 지방분권시대에는 단체장 출신이 분권과 자치를 지원하는 부서의 책임자로 가는 것이 상식이 될 것이다. 그런 것이 상식이 되도록 일을 잘하겠다. 그러면 극복될 것이다.

-자치경찰제 실시에 대한 소신을 밝혀달라.

△자치경찰제 문제는 인수위에서 대강의 방향이 정해졌다. 경찰조직도 지방분권에 예외일 수 없다. 지방분권에 맞게 자치경찰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분권화 추진 과정에서 수사기능의 일부도 지방경찰에 이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청장 인사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 두기로 한 시도경찰위원회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가면 지방이 안 보인다고 한다. 행자부에서 지역언론을 구독할 의향은 없나.

△저는 지방분권을 통해 성장했다. 그리고 지방과 서울이 서로 균등하게 발전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라고 대통령께서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눈에는 지방이 잘 보일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지방일간지는 현재 공보관실에서 모두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일간지 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단위의 정보를 얻기 위해 지역신문을 구독하는 문제까지도 검토해 보겠다. 요즘은 신문들이 인터넷 서비스도 신속하게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서도 지역의 소식을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

-장관 발탁으로 경남에서 정치개혁을 추진할 구심점이 없어졌다는 우려도 있는데.

△정치는 명망가가 있어야 발전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토대, 즉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정치개혁의 구심이 되는 사람도 필요하다. 굳이 지칭하기는 어렵지만, 저 말고도 숨어 있는 인재들이 많다.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인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이런 인재들이 활동할 공간이 넓어지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도민들의 염원을 담은 정치개혁도 이뤄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남도민들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도민들이 저를 믿고 도와준 덕분에 국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행정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손해보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어려운 일이 많이 닥치겠지만, 경남도민들께서 믿고 성원해 주신다면 시대적 과제인 지방분권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과 지방이 고루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많은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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