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실패세력에 면죄부 주나”

오는 14일 ‘(가칭)지방분권운동 경남본부’ 창립을 앞두고, 관변단체를 비롯한 기존의 기득권세력이 주요 임원으로 참여하는 데 대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중앙권력의 지방이양 못지 않게 지방권력의 견제와 감시에 주력해야 할 이 단체에 김혁규 도지사 등 실질적인 권력자가 고문으로 참여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칭)지방분권운동 경남본부’ 결성준비위원회(위원장 안홍준)는 최근 회의를 갖고 오는 14일 오후2시 경남도청 도민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준비위는 이에 따라 안홍준(바선모 공동대표)씨를 상임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으로 하고, 공동대표에 이경희(경남여성단체연합회장)·조수자(경남여성단체협의회장)·이태일(도의원)·김영덕(변호사)·하종근(창원대교수)·최효석(바르게살기협회장)씨를 선출키로 하는 등 임원 인선안을 마련했다.
준비위는 또 박우철 경남새마을운동본부 사무처장과 전점석 창원YMCA 사무총장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내정하고, 김혁규 도지사와 표동종 교육감, 김봉곤 도의회 의장, 하순봉·강삼재·김정부 국회의원 등 30여명을 고문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이같은 조직구성 및 인선안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는 지방분권의 원래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남대 김용기 교수(사회과학부)는 “지방분권이라는 게 원래 지역사회의 혁신과 자치의 신장이 함께 가야 하는데, 단순히 서울에서 지방으로 권력을 분산하자는 데만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가다보니 지역사회의 기득권층이 총출동하여 과실을 따먹으려는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관변단체는 물론 지방권력을 갖고 있는 단체장까지 함께 참여함으로써 분권운동본부가 시민단체인지, 중앙정부에 대한 압력단체인지 성격조차 모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이런 식으로 기득권층을 총망라한 조직으로는 결국 지역사회의 권력분산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왜곡돼 지방자치 실패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대 진영평(행정대학원장) 교수는 한층 더 가혹하게 이 단체를 비판했다. 진 교수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방자치와 지역활성화가 잘 안된 이유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권력을 제왕처럼 행사하면서 공무원의 충성과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여 예산을 낭비한 게 더 큰 원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부 단체장이 관변단체 등 연고집단과 함께 권한을 독점해온 문제는 제쳐두고 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중앙정부에 권한을 배분해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이런 식으로 가면 김대중 정권의 제2건국위원회와 다를 바 없는 또하나의 관변단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남본부 결성준비위원회 정원식 교수(경남대)는 “그런 우려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시민운동이라기보다 국민운동 차원에서 봐야 한다”면서 “지금은 힘을 결집시키는 게 중요하며 관변단체를 참여시켜 (그들을) 학습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