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증후군 확산

지난 3년간 IMF를 거치는 동안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면서 ‘20 대 80’의 사회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사회의 소비문화 측면에서도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면서 20%에 속하는 일부 계층의 과소비 현상이 이같은 추세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과소비 현상은 더 나아가 일부 계층이나 이를 모방하려는 일부 집단의 과시욕구와 상승작용,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보이는 ‘쇼핑 중독증’으로 나타나 20·30대 여성층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지난 3년간 IMF를 거치는 동안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면서 ‘20 대 80’의 사회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사회의 소비문화 측면에서도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면서 20%에 속하는 일부 계층의 과소비 현상이 이같은 추세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과소비 현상은 더 나아가 일부 계층이나 이를 모방하려는 일부 집단의 과시욕구와 상승작용,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보이는 ‘쇼핑 중독증’으로 나타나 20·30대 여성층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순 마산 모 백화점의 여성의류매장.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예인 빰칠 수준으로 옷과 구두를 세트로 치장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다소 거만한 자세로 다가오자 숍 마스터는 이미 와 있던 고객을 물리치고 반가히 다가선다. 호들갑스러운 인사가 짧게 이어진 후 “새로 들어온 것 없어요”라는 한마디에 숍 마스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320만원짜리 족제비털 코트를 건넨다.

족제비털 코트를 몸에 걸친 고객이 옷맵시를 거울에 비춰보는 사이 “어머, 바로 사모님 거네요”라며 구입을 충동한다. 우쭐해진 고객이 다시 좌우로 돌아서면서 거울에 맵시를 비춰보는 동안 숍 마스터의 수다스런 부추김은 이어지고 고객의 얼굴에 잠시 흡족한 표정이 감도는 순간 핸드백에서 꺼내진 지갑에서 백화점 카드가 건네진다. 불과 5분 남짓만에 320만원짜리 족제비털 코트의 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일반인들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한창 멀지만 실제로 이같은 모습은 백화점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쇼핑 중독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마산의 한 백화점의 경우 매월 100만원 이상씩 물품을 구입하는 20·30대 여성이 600여명에 이른다. 지난 10월에도 100만원 이상 구입한 1500여명의 40%에 달하는 600여명이 20·30대 여성이었으며, 이들은 전체 고객의 1.8%를 차지했다.

한 30대 여성은 지난달 540만원어치의 의류를 구입해 최고 VIP로 대접받았으며, 마산에 사는 20대 초반의 강모(23·주부)씨는 280여만원어치를 사 20대 고객중 가장 많은 금액을 결제했다. 물론 이들의 구입 물품이 혼수품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백화점측의 설명.

백화점 VIP 고객에 해당하는 이들은 가전제품과 보석을 비롯해 고가 여성의류 위주로 구입하며 매월 평균 100만원 이상을 구매하고 있어 쇼핑 중독증의 사례에 해당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주 1회 정도 단골 매장에 들러 신상품을 살펴보거나 주문을 하고 30대 여성은 2~3명씩, 20대는 혼자 다녀간다고 숍 마스터는 전한다.

이같은 쇼핑 중독증은 최근 경제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젊은 주부층과 대학생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전의 경우 부잣집 며느리나 유흥업 등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쇼핑 유혹에 가장 약하고 계획성이 없는 구매 경향을 보이는 고학력의 젊은 여성층 사이에 번지고 있다.

한달에 70만원 이상 카드결제를 한다는 여대생 정모(22·창원시 반지동)씨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옷을 사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쇼핑하는 걸 낙으로 삼고 있다”며 “쇼핑을 못하면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해 전형적인 쇼핑 중독증의 단면을 보였다.

여성캐주얼 의류매장의 한 숍 마스터는 “이번 겨울시즌에 선보인 320만원을 호가하는 족제비털 코트를 비롯해 100만원 정도의 토끼털 코트도 주문을 해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나간다”며 “6개월 무이자할부행사와 사은행사를 실시하면서 1회 결제 규모가 줄어든 탓에 한번에 200만원어치를 구매하는 고객도 늘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1차적으로 외형적인 치장이나 과시 소비에 급급하는 소비자들의 문제”라면서도 “도내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이 최근 경기침체 등 불안한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무이자할부행사와 사은행사 등을 연이어 벌이는 과열경쟁이 이같은 소비추세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쇼핑 중독증 =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마구 사들이고 자신이 산 물건의 이름이나 종류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쇼핑을 하지 않으면 불안·초조한 것은 물론 두통·우울·소화불량 등 심리적·육체적 부작용까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배신경정신과의원 정신과 전문의 송성민 과장은 “쇼핑 중독증은 단순히 정신질환의 범주로 묶을 수는 없으며 자신의 생활환경에서 오는 강박증이나 성격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쇼핑을 말렸을 경우 초조해하거나 우울해지는 등 심리적 불안감을 가진다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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