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보면서 지금까지 저자세로 일관해 온 대일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2002년 발행될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를 삭제하고 태평양전쟁을 ‘동아시아 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가 하면 ‘고대 한반도 내에 일본식민지(임나일본부)가 존재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조선반도는 일본에 대한 흉기’라 규정하고 ‘균형 잡힌 역사서술’을 위해 교과서를 개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산케이(産經) 신문 등 일부 언론은 역사교과서 검정신청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본의 검정제도는 한국·중국에서 국정(國定)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은 “검정교과서에 대해 불합격 외압을 행사하는 것은 일본헌법의 기본적 가치관인 사상, 신조, 언론·출판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제가 36년간의 한반도 강점이 없었다면 국토의 분단이나 동족 상잔도 일어날리 없다. 민족의 비극을 안겨 준 원인 제공자로서의 참회는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통치는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하고 그것도 모자라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망발을 그치지 않았다.

군국주의를 꿈꾸는 일본의 극우우익보수주의자들의 노력은 집요하고도 끈질기다. 일본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범죄자료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은폐돼 모든 진실을 다 밝힐 수 없다.

그러나 만주 731부대에서의 생체실험의 잔학상이나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여성을 정신대에 끌고 가 성의 노리개로 삼았던 반인륜적인 범죄 사실은 생존자의 증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점령국의 젊은이를 전장으로 끌고 가 침략 전쟁의 총알받이로 삼았는가 하면 초등학생까지 동원해 전쟁준비를 시켰던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던 저들이다.

한일 관계에서 안하무인격인 일본의 고자세는 우연이 아니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 위원회를 만들고 활동에 들어갔지만 36년간 민족을 배신한 친일 분자는 사형 1건·무기징역 1건을 포함하여 실형이 선고된 것은 불과 7건뿐이었고 거의가 집행 유예나 무죄로 풀려났다. 실형 선고를 받은 7명도 1950년 봄까지 감형과 집행 정지 등으로 모두 풀려났다.

이에 비해 2차대전 당시 4년간의 독일 치하에 있었던 프랑스는 부역을 했던 16만명에 유죄, 4만명에 유기징역, 2000명을 사형시켰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자를 소탕하던 일본군 소위 박정희가 대통령을 지냈던 사실 외에도 해방정부의 경찰 간부의 80%가 일제 경찰 출신이었고,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국무총리도 일본군 출신이 있었으니 일본인들의 눈에는 해방정부가 어떻게 보였을까·

당시의 한일 국교정상화도 이런 분위기에서 맺었으며, ‘독도를 한국이 점령하고 있다’는 발언을 비롯해 끊임없는 정치인들의 망언이 나온 배경을 알만하지 않은가·

현재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국사교과서는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주장한 것처럼 국정 교과서이다.

국정교과서란 검정이나 자유발행제 교과서와는 달리 ‘국가가 필요한 지식’이라고 선정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국정교과서가 필요했던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독재정권이 자신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거나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필요했던 제도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사 교과서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입장’을 고려해 한일간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조심스런 배려(?)에서 집필한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이란 국정교과서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 30만 여성이 희생된 정신대문제는 그야말로 조심스럽게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지나가고 민족을 배신한 친일분자들의 행적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완곡하게 서술하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정당화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기도하기 위함이다. 극우 세력의 역사왜곡은 피해국에 대한 또 다른 침략행위다.

식민지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일본의 범법 사실을 똑똑히 가르칠 수 있도록 우리역사 교과서부터 다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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