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은 관중 4656명만 앉혀 놓은채 치러졌다.

바로 전날 1차전에서 6000여명이 입장, 한국시리즈 사상 최소관중 기록을 세운지 하루만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프로야구가 한국시리즈에서 5000명도 미치지 못하는 관중 밖에 모으지 못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관중수는 경기가 극적으로 7차전까지 이어지며 가까스로 예년의 수준에 이르렀지만 1·2차전의 관중수는 위기에 몰린 프로스포츠 흥행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말해준 사건이었다.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입장 관중은 250만7000여명으로 지난해 322만여명에 비해 22%나 줄어들었다.

IMF의 어두운 그림자가 온나라를 뒤덮고 있던 98년 263만9000여명보다 프로야구 관중은 더욱 줄었다.

95년 540만여명의 관중을 끌어모았던 프로야구는 이제 경기당 1만명을 넘는 구름 관중을 찾아보기 어려운 처지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축구도 흥행이 안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275만여명이 몰려들어 반짝했던 프로축구는 올해 수퍼컵·올스타전·플레이오프 등을 모두 포함해도 190만9000여명에 그쳤다.

프로축구가 한해 관중 200만명을 넘어선 것은 98년과 99년 단 2년에 불과했으며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기당 관중수는 1만여명에 이르러 그런대로 야구보다는 다소 낫다고는 하나 경기장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고 당장 1년 6개월 뒤에 월드컵대회를 치를 나라치고는 좀체 축구 열기가 되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프로야구·프로축구와 함께 3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프로농구 또한 4년 동안 꾸준히 관중이 늘어났으나 연고팀이 없는 서울관중 증가분을 빼면 늘었다고 할 수 없어 흥행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

99~2000시즌 프로농구 정규시즌 관중은 83만3000여명으로 98~99시즌 77만6000여명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서울 경기 관중 증가분 5만5000여명을 제외하면 증가분은 10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유일한 겨울 프로스포츠라는 이점을 안고 있는 프로농구가 이처럼 관중수 늘리기가 더디다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나타난 관중 격감 사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우려다.82년 프로야구에 이어 83년 프로축구가 시작되면서 개막된 프로스포츠 시대가 20년도 채 안돼 ‘팬없는 프로스프츠'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셈이다. 국가가 스포츠 발전을 주도하던 개발도상국형 스포츠 정책에서 벗어나 선진국형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시도했던 주요 스포츠의 프로화가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왜곡된 프로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근시안적 구단 운영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20년 가까운 연륜을 쌓았지만 구단을 기업 홍보 수단으로만 삼았을 뿐 나름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없었다. 이 때문에 프로구단은 유망주 발굴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보장하는 선진국형구단 운영보다는 당장 ‘우승 전력'을 갖추는데 급급했고 이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고사를 부추겼다.

또 관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보다는 전력 상승을 겨냥한 자금 투입이 우선돼 팬들의 불편을 도외시해왔다.

스포츠 관람이 유일한 레저 수단이었을 때와 달리 즐길거리가 다양해졌지만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안오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프로스포츠는 사기업 활동'이라는 인식 아래 적극적인 지원에 인색했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

연고지 프로 구단을 도시의 상징으로 삼아 아끼기 보다는 ‘봉'으로 보고 경기장 사용료만 챙겼을 뿐 시설 보수에도 무신경했던 지방자치단체가 한둘이 아니다.

“프로스포츠가 위축되면 국가 체육정책이 무력해진다”는 KBO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프로스포츠의 흥행 실패는 선진국형 체육 모델 정착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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