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분샤라는 출판사가 의인 이수현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곧 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이수현씨의 ‘살신성인’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모 여인과 동거생활을 하며 지낸 뒷이야기가 주종을 이룰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출판사의 재빠른 상혼에 거듭 감탄하면서도 마음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연전에 체 게바라 돌풍이 불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흑백명암으로 처리된 그의 어슴푸레한 얼굴과 인상적인 베레모는 당시 굉장한 각광을 받았습니다.

물론 거기에 게바라의 행적과 이념은 없었습니다.

대신‘한번쯤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고픈 90년대 젊은이’들의 농섞인 얼굴만이 가득했습니다.

갈수록 경박해지는 것이 세태라고는 하나 게바라가 첨단패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의인 이수현이 가십거리가 되는 현실은 좀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대목입니다. 진지함이 발붙일 곳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