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경인전쟁(한국전쟁) 오십돌이라는 점을 상기하는 의미에서 경남지역문학연구회가 전쟁기 사회문화의 핵심장소였던 부산·경남·대구·제주 지역문학의 형성과 그 실상을 담은 <지역문학연구> 6호(도서출판 불휘)를 펴내 눈길을 끈다.

특집으로 마련한 ‘경인전쟁과 한국의 지역문학’에는 ‘6·25전쟁기 전쟁시의 양상과 분단문학 극복의 과제’(임도한), ‘경인전쟁기 시의 가족체험’(한정호), ‘체험의 기록과 생명의식-조진대의 작품세계’(정찬영), ‘전쟁의 비극성 표현’(김지숙), ‘한국전쟁기의 제주문학’(김동윤),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문학적 형상화’(차민기) 등을 통해 피란지문학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또 발굴자료로 송창우(시인)씨가 ‘전쟁기 부산이 낳은 동인지 <신작품>’을 소개하고 있고, 김봉희(극작가)씨가 ‘전쟁기 한국문학인들의 삶과 그 재편’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한국문학인총람을 편성해 놓았다. 박태일(시인)씨의 ‘경인전쟁기 간행 시집 문헌지’도 지역문학 연구의 좋은 성과물이다.

기획특집 내용 중 함안 출신 소설가 조진대의 작품세계와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문학에 대해 간추려본다.

1949~1950년대 중반까지 진주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조진대는 진주중학교에 재직했고 영남문학회의 동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학병체험과 한국전쟁체험, 생활체험 등을 13편의 소설과 3편의 수필로 형상화시켰고, 1949년부터 54년까지 발간된 <文藝>와 49년부터 60년까지 발간됐던 진주의 종합문예지 <嶺文>에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설창수·이경순 등과 더불어 낸 창작집 <三人集>의 발문에 자신이 일제치하에서 강제로 학병에 끌려가 전선에서 생활했음을 밝혔는데, 학병체험을 담은 소설 <별빛과 더부러>, <戰線>등에서 학병으로 끌려가는 상황을 증언하거나 전장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으며 일본군내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다. 또 <六·二五>와 <續 六·二五>에서는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심리와 피란을 둘러싼 갈등, 전쟁기의 흉흉한 인심을 드러내고 있다.

정찬영(부산대 강사)씨는 “조진대라는 인물이 당시 두드러진 작가는 아니었으나 한국전쟁 50주년을 맞는 지금의 관점에서 학병체험과 한국전쟁 체험 등을 소설로 재현한 것은 역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문학은 강용준의 실제 포로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 <철조망>과 포로의 의식을 중심으로 서술된 장용학의 <요한詩集>을 통해 나타나 있다.

‘왜 이래야만 되는가. 참으로 왜 이래야만 하는 건지 민수는 알 수가 없었다… 이건 무슨 이즘도 대립도 아니었다. 앙심이었다. 피묻은 앙심이었다. 온 섬 안의 좌익캠프는 모두가 하나같이 설렁했다. 걸핏하면 반동이었다. 반동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한가지로 사람들은 이유도 없이 죽어갔던 것이다’(<철조망> 중). 거제포로수용소의 문학은 ‘복수’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 표출과 ‘탯줄’로 상징되는 생명력의 연속성, 포로들이 느끼는 비극적 절망, 단절·감금의 상태를 확인시키는 ‘틈’의 공간성 등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차민기(경남대 대학원 박사과정중)씨는 “거제 포로수용소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은 포로에 있어서는 생존의 문제였고, 남·북한 당국에 있어서는 체제 이념의 문제였으며, 국제적으로는 세계 질서 재편성의 구체적인 축도였다. 잊어선 안될 역사로 남은 거제 포로수용소와 그 서사담론에 대한 관심은 이들로부터 비로소 시작된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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