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을 받은 산 속세를 잊은 절 물소리~바람소리~

사람들이 통도사, 통도사 하는 까닭을 이번에 알았다. 물론 한 번 발걸음에 통도사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적어도 통도사가 통도사인 까닭을 나름대로 눈치를 챌 수는 있었다는 말이다.
불보사찰인 통도사의 중심은 적멸보궁이고 금강계단이다.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차례로 지나 들어가면 양옆으로 여러 전각들이 줄지어 있고 가운데 적멸보궁이 자리잡았다. 적멸보궁은 알려진 대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 불전이다. 왜 불상을 모시지 않는가. 부처 모습을 본뜬 가상(假像)인 불상보다 더한 진신(眞身)을 모셔놓았기 때문이다.
신라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얻어온 석가모니 진신사리는 이곳 금강계단과 황룡사탑·태화사탑에 봉안됐다는데, 금강계단만이 지금껏 남아서 중생들의 발길을 맞고 있다. 계단은 불문에 귀의한 사람이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인 계(戒)를 받는 단(壇)이니, 적멸보궁 오른편 널찍한 자리에 차례차례 높아지도록 돌로 다듬어 네모 반듯하게 만들었고 한가운데 사리를 모신 부도가 솟았다.
적멸보궁은 눈이 새롭게 떠지는 별난 건물이다. 먼저 팔작지붕을 정(丁)자 모양으로 얹은 것이 색다르다. 적멸보궁 편액 맞은 편엔 대웅전, 왼쪽에 금강계단이 걸려 있고, 출입이 통제돼 보지는 못했으나 오른쪽에도 대방광전 편액이 걸려 있다. 방향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보니 지붕을 저리 얹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마당이 시원스레 넓다. 멀리서 바라보는 건물까지 상큼하다. 더없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추녀가 날렵하게 솟은데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 보이는 균형이 뒷받침되었나 보다. 대웅전 앞에는 또 자장이 용을 길들여 절을 지키게 했다는 구룡지가 있는데, 속세 사람들은 여기에도 동전을 던져 넣어 복을 빌곤 한다.
한 달음에 적멸보궁까지 끌려온 발길을 되돌리자 여러 부처님을 위한 전각이 즐비하다. 가장 앞선 관음전은 천수천안(千手千眼)으로 세상만물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관음보살을 모셨다. 다음 용화전에는 56억 7000만년 뒤에 나타나 중생을 제도한다는 미륵불이 계시는데, 앞뜰 석가모니의 밥그릇(바리떼)을 본딴 봉발탑은 석가에서 미륵으로 불법이 옮아간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불상대신 진신사리 모시니 특이하고

화려함보다 다소곳하니 정감있고

개울과 계곡 수려하니 별천지로다”


뜻깊은 곳은 대광명전이다. 이들 건물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뒤에 있는데 지혜 그 자체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이다. 하얀 모습으로 온 세상을 두루 비추는 비로자나불을 가장 높게 모신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을 해본다.
옆에는 자장율사를 모신 개산조당. 존경의 뜻으로 솟을대문을 해 놓은 듯하나 석가모니불과 관음보살·미륵불·비로자나불 사이에서 다소곳한 느낌을 준다. 산문을 연 의상대사를 무량수전의 아미타불보다 높은 데 조사당을 짓고 모신 영주 부석사와는 느낌이 다르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불이문과 천왕문 사이를 거닐면 영산전·약사전·극락보전·만세루가 눈에 잡힌다.
중심 건물은 영산전. 영산(靈山)은 득도한 석가모니가 제자들과 머물며 마지막 설법을 베풀고 적멸한 곳이다. 인도 영축산을 재구성해 놓은 공간이다. 통도사가 있는 산 이름도 영축산이니 영축산 속에 통도사가 있고 통도사가 가운데 영축산이 또 있는 셈이다.
천왕문을 나와 개울을 끼고 올라가본다. 다리를 건너서 안양암 가는 길이 나 있다.
통도사 경내 13 암자 가운데 하나다. 불교가 도교를 받아들인 자취인 듯 북두칠성과 관련된 북극전이 오른편에 있다.
영축산 전체를 바라보는 데는 북극전 뒤쪽이 그만이다.
멀리로 커다란 바위를 머리에 인 채 초겨울 찬바람에 떠는 겨울나무들이 웅성거린다. 가까이 통도사 뒤편 언덕에는 붉은 줄기를 드러낸 소나무들이 높고도 우람하다.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1시간 간격 16차례

창원·마산에서는 창원터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 김해·구포 가는 지선을 타면 된다. 진주에서도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지선으로 접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동 나들목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선 다음에 남양산을 지나 통도사 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에 통도사가 기다리고 있다.
대중교통편은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양산 거쳐 경주·포항까지 가는 버스가 아침 6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50분이나 1시간 간격으로 모두 16차례 다닌다. 양산에서 통도사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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