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멋과 지혜 스민 옛집, 그 곳에서 살고 싶다

‘전통의 멋과 창조가 어우러진 문화·예술의 고장’이라는 창녕군에는 우포늪, 고인돌, 고분군, 화왕산 등 다양한 볼거리, 배울거리가 있다. 그 중 우포늪과 채 5Km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성씨 고가(古家)’를 찾았다.
창녕군에는 200여년전 만석지기로 영산 신씨의 일족이 살았던 영산면 교리의 ‘신씨 고가(문화재자료제109호)’와 1760년 지은 집으로 현재 18대 후손이 살고 있는 하병수씨 가옥(중요민속자료제10호) 등 고가(古家)가 몇 채 있다.
대지면 석동마을에 있는 성씨 고가는 현재 관리인이 직접 그 집에 살고 있다. 전화를 걸어 언제쯤 방문할지 약속을 하고는 찾아갔다. 문화유적답사의 경우 가이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 땅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김량한(011-802-6535)씨. 옛집에 직접 살며 관리를 하는 사람이라기에 나이가 제법 되었으리라 지레 짐작을 했으나 의외로 젊었다. 수염을 기른 얼굴에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품새가 ‘우리 것’에 관심 많아 이런 집에 살만한 사람임을 한눈에 보여 주었다. 그는 창녕이 고향이며 대구에서 한 10년쯤 살다 지난 2000년 11월에 이 집에 살게 되었단다. 또 오는 7일 창립 식을 가진다는 ‘창녕 향토사 연구회’의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성씨 고가는 현재 큰집, 둘째, 셋째, 넷째의 집으로 이뤄진 1만평 남짓하다. 그 중 셋째의 집은 썩은 목재를 교체하는 등 1999년 복원이 되었다. 99년 복원된 이 집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었는데 전통양식에 약간의 변형이 가미된 특이한 집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화장실을 외따로 지었다. 근데 이 집은 출입문이 바깥으로 나있다지만 화장실이 안채 지붕아래 함께 있다. 또 대청마루는 여름철 시원함을 주는 공간으로 마당과 탁 트여있지만 이 집은 대청마루와 안마당 사이에 유리창이 끼여진 열 창문이 있는 것이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대문, 중문 등에 사귀(邪鬼)를 물리치기 위한 의미로 붙은 ‘지네철’, 툇마루·쪽마루·눈썹마루·대청마루 등 마루이야기, 평주·고주 등 기둥이야기, 종도리·판공대·중보·동자주·대들보 등 집내부의 천장이야기, 망와·숫막새·암막새 등 기와이야기, 용마루·내림마루·추녀마루 등 지붕이야기, 곡식과 음식을 보관하던 고방, 마당에 놓여진 떡돌, 절구 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한옥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갖추게 된다.
또 옛집과 명당은 따로 놀지 않는 법. 풍수지리와 명당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곳이 왜 명당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집 바로 뒤편 ‘후원’으로 가는 길에는 푸른색을 띠는 얕은 암벽이 있다. 그 중간쯤에 황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안채의 정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황토는 땅의 혈이니 땅의 기운이 그대로 이집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씨 고가의 후원에는 여러 볼거리가 있다. 우선 대나무 숲이 있다. 고택들에 대나무 숲이 있는 건 은은함을 좋아한 선조들이 직접적인 햇빛보다는 대나무 숲을 통과하는 그 은은함을 특별히 좋아했기 때문이란다. 대나무 중에는 까만 대나무 즉 ‘오죽(烏竹)’도 있었다.
절이나 능묘 등지에 세우는 석등도 볼 수 있다. 사당이 있었던 바로 뒤편에 서있는 석등 등 몇 개의 석등은 세월을 이기고 그대로 서있었고 몇 개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채 있었다.

집 네채 1만평 남짓한 땅에 자리

마루·지붕등 전통미 그대로 간직

대나무숲·석등 같은 볼거리 다양


후원에는 세숫대도 있었다. ‘확대’라고 했다. 수도시설을 설치할 수가 없었던 그 시대에 후원 곳곳에는 무릎 높이 이상의 돌에 둥근 모양과 복숭아 모양의 홈을 파서 물을 담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둥근 모양은 남성전용, 복숭아 모양은 여성전용이었단다.
후원에는 연못도 있다. S자 형태를 한 것이 지렁이를 본 딴 모양일 수도 있고, 한반도를 본 딴 모양일 수도 있단다. 지렁이를 본 딴 것은 이 곳 터가 지네의 입에 해당하는 형상인데 그래서 지네가 좋아하는 지렁이를 본 딴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에는 지네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한반도를 본 딴 것은 일제시대 우석 성재경 선생이 고가 바로 앞에 ‘지양강습소’를 세워 4년 정도 교육에 힘썼으나 일제에 의해 폐쇄되는 등 조선독립을 위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석지기 성씨 일가의 고가를 한바퀴 둘러보니 어느새 세시간이 훌쩍 지났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찍이 깨달았고 삶 속에서 이를 실현하며 살아왔다. 이런 선조들의 지혜는 집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중국이나 일본과도 확연히 다른 우리 한옥의 특징은 ‘마루’와 ‘구들’에 있다. 배산임수의 집에 대청마루는 여름철 부채 하나만으로도 시원함을 즐길 수 있었고 분합문은 천정의 등잔거리에 걸칠 수 있어 안방과 대청마루가 그대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구들은 겨울철 방안 전체를 달구며 따뜻함을 주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다.


▶ 가볼만한 곳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문화유적 답사에 꼭 맞는 말이다.
창녕의 문화유적들 중 비화가야에 대한 것들은 창녕박물관을 찾아 개략적인 지식을 얻고 가는 것이 더욱 좋을 듯 싶다.
창녕군 교리에 위치한 지상 1층, 지하 1층의 창녕박물관은 지난 96년 유물전시관으로 개관해 97년 박물관으로 승격했다.
제1·2전시실, 별관 등으로 구성된 창녕박물관에는 비화가야(AD 5-6세기경) 유물 240종 1012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전시된 유물은 실물이 102종 160점, 복제물이 64종 106점이다.
유물의 사진촬영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사전에 협조요청을 해야한다.
개관시간은 3월~9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10월~2월에는 오전 9시 ~ 오후 4시까지이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 및 신·구정·추석 연휴 등이다.
관람료는 어른 550원, 아이 270원이고, 주차료는 없다. 문의: (055)530-2246
창녕교동고분군은 1918년에서 1919년 사이 일본인에 의해 그 일부가 발굴·조사되어 유물의 대부분은 일본으로 옮겨가고 일부만 남아있다.
현존하는 고분 21기(基)는 지금까지 복원한 것이고 1기는 입구 쪽을 개봉되어 있다.

▶ 창녕군 대지면 성씨 고가

구마고속도로 창녕 나들목에서 내려 대구·현풍쪽 표지판을 따라 24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조금만 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다시 좌회전해 5번 국도로 접어든다. 곧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창녕양파시험장과 이방·대지 방면으로 다시 좌회전해 2차선 길을 곧장 따라가면 구마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게 된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오른편으로 대지초등학교가 보이고 조금만 가면 오른편으로 고가가 보인다. 석동마을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해 꺾어 들어가면 ‘성씨 고가’가 여러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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