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마산 창원 여성노동자회는 유통업체 판매직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발표하였다. 조사대상자의 68.6%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월 50만원에서 70만원의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주 50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에 아무런 법적 보호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 경제의 어엿한 주체인 여성노동자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서서 싸우는 여성노동자단체에 박수를 보낸다.

여성의 문제를 여성단체가 제기해야만 하는 우리의 슬픈 현실을 탓하기 이전에 우선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몇 해전부터 이미 시작되어 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998년9월에서 1999년 동 월 사이 경남지역 남성노동자들의 실업률은 6.2%에서 4.5%로 줄어드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의 경우 2.6%에서 3.1%로 늘어났다.

게다가 같은 기간동안 남성들의 일자리는 7.2%가 증가하였지만 여성들의 일자리는 0.5%만 늘어났다는 점에서 여성들은 이중적인 취업고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는 여성단체의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하면서 착취하는 사회는 결과적으로 여성, 남성 모두에게 이롭지 않고 해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란 흔히 말하듯이 퇴직금과 고용보장이 불확실한 일자리일 뿐만 아니라 국민 4대 보험인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에서 일반적으로 제외된다.

국민의 기초적인 생활을 담보하는 보험제도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적인 안전망은 느슨해진다. 이 느슨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가정을 지키는 게 급선무라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에 길들여지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오산이다.

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가치관이 인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일자리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고쳐지지 않을 때 가정의 불안정이 심화된다는 평범한 진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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