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야~저기 검은새 있다! 어~저거는 머리만 흰색이야!”

날씨가 너무 따뜻했다. 이래 가지고야 겨울 철새를 보겠나 싶을 정도였다. 바람조차 세지 않아 바위를 핥는 물결도 부드럽기만 했다.
24일 오전 10시 30분 초록빛깔사람들의 겨울철새 탐조 기행에 참가한 초등학생과 선생·학부모 40명이 거제 고현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대형 전세 버스를 타고 떠났다. 사천만으로 가는 길이다.
사천시 사남면 사남농공단지 뒤쪽에서 차가 멈췄다. 사람들 몰려오는 걸 미리 눈치챈 새들은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너른 바다에 흩어놓으니 있는 둥 마는 둥이다.
조순만 대표와 배종현 교육국장은 바닷가에 나란히 필드스코프를 설치했다. 망원경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크고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저마다 필드스코프에 눈을 갖다댄다. 뒤미쳐 온 아이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안내를 맡은 경남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의 윤병렬 선생은 “고니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도요 등이 보인다”며 “크기와 몸통 깃털·얼굴 부위 빛깔에 따라 새를 구분한다”고 설명한다. 작은 백로는 쇠백로고 크면 중대백로다. 흰뺨검둥오리는 낯빛이 희고 검은머리갈매기는 지금은 아니지만 여름이 되면 머리가 검어진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지구 전체를 통틀어 6000마리밖에 없다고 하는데 사천만에서 100마리까지 볼 수 있다고 윤 선생은 말한다. 죽은 것을 안 먹고 산 것만 물위를 날면서 잡아채 먹을 만큼 식성이 까다로워 사천만처럼 먹이가 많은 데만 머문다는 설명이다. 맞은편 가화천, 오른편 사천강과 가운데 길호강이 흘러들어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이라 그러잖아도 풍성한 갯벌이 더욱 풍성하다는 것이다.

생태 조건 좋아 다양한 철새 서식 아이와 함께 생생한 자연공부

가운데 섬도 있었는데 사라졌고 이곳은 물론 사천공항·두원중공업 자리도 갯벌이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스코프에 눈을 박고 오탁방지펜스에 앉은 새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 저 펜스도 가화천 남강댐 물방류에 대비한 건데 제 구실 못하지요. 지난번 홍수 때 엄청나게 방류하는 바람에 한 달 동안 붕어가 잡혔어요. 바닷고기는 소금기가 모자라 죽어나가고……. 생태계 파괴의 현장이다.
원앙이 월동하는 우천마을 구룡저수지를 거쳐 고성 당항만으로 옮겨갔다. 산업도로가 맞붙은 사천만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마암면 두호리, 바닷가를 끼고 돌아가면 마을이 나온다. 왼쪽엔 사람 키 두 배도 넘게 갈대가 자랐다. 머리에 허옇게 마른 꽃을 이고 있어 겨울맛이 물씬하다.
사천만과는 달리 물 때도 좋은 편이다. 밀물 때가 걸리면 헤엄칠 줄 아는 오리말고 다른 철새들은 모두 떠나버린다. 그랬다가 물이 쫙 빠져나가면 갯벌로 들어와 먹이를 양껏 채워넣으니, 물이 빠지는 지금 당항만이 철새 엿보기도 훨씬 쉬운 셈이다.
나들이나온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도꼬마리 씨앗을 따서 옷에다 붙여주며 깔깔거린다. 혹부리오리 봤냐? 밤색으로 된 가로줄이 있단다, 저기 민물도요도 있네 하는 어른 설명과는 따로 논다.
오후 5시, 바다를 앞에 두고 아름답게 해가 저문다. 아이들도 소리를 지른다. 야, 해가 두 개다! 조 대표도 웃으며 한 마디 거든다. 여기 와서 볼 거는 다 보고 가네. 때마침 청둥오리 네 마리가 날아올랐다. 어둑어둑해지는 겨울 하늘을 비스듬히 가로지른다.

▶ 가는 길

남해고속도 타면 간단 준비물 반드시 챙겨야


진주나 마산·창원에서 사천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를 타면 간단하다. 사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사천읍내다. 읍내를 지난 다음 진사산업단지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으면 사천만이다. 통행금지 표지도 만나는데 무시하면 된다.
여기서 구룡저수지 가려면 돌아나와서 일단 삼천포쪽으로 간다. 얼마 못가 사남면 소재지 못미쳐 네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화전리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우천마을까지 간다. 원앙이 떼지어 사는 구룡저수지인데, 풍치가 청춘 남녀들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고 한다.
당항만은 14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동해면 동해일주도로로 들어가는 편이 좋다. 진주서는 33번 국도로 와서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이 되겠다. 고가 우회도로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신호등에서 좌회전을 하면 된다. 곧장 가다가 다시 좌회전, 또 좌회전하면 갈대밭이 나온다. 여기가 두호리다.
이곳 생태계는 아직 좋은 편인가 보다. 겨울인데도 1m 넘는 뱀을 보았다. 저녁이 되니까 지금은 쉽게 보기 어려운 박쥐도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이 주먹만한 열매를 까치밥으로 매단 감나무도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다.
탐조에는 준비물이 따른다. 망원경과 철새도감을 챙겨야 한다. 망원경은 배율이 높을수록 좋고, 철새도감은 LG상록재단에서 펴낸 <한국의 새>(3만원)가 가장 낫다고 한다. 한 데를 하릴없이 나다녀야 하니까 옷은 조금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입는 게 좋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