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노숙자의 존재 자체를 일관되게 부인해 온 것과 달리, 한 40대 노숙자가 길가에서 숨진 채 발견돼 복지행정의 기본이 잘못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광역시와 경기도 등에서는 노숙자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쉼터까지 운영하고 있으나 경남도와 창원시는 “예전부터 있어온 부랑자라면 몰라도 관내에 불황과 실업으로 인한 노숙자는 없다”는 입장을 굳게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도와 시는 노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노동능력이 있는 실업자조차 노숙자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실업관련 민간단체로부터 받아왔다.

오갈데없는 실업자라도 초기에는 대부분 일할 능력과 의사를 갖고 있는데도 숙식 제공 등 행정적 차원에서 제때에 뒷받침하지 못해 노숙하는 신세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1년 가까이 노숙 생활을 해온 최영택(46)씨가 1일 오전 8시께 창원시 신월동 주택가 놀이터에서 양손을 뒤로 하고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체를 검안한 창원복음외과 박모 의사는 “오른손과 얼굴에 상처가 있고 배가 부어올라 있었다”며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사지 경색이 풀린 것으로 미뤄 적어도 3일 전에 숨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노숙자 상담을 하고 있는 가톨릭사회교육회관 늘푸른쉼터에 따르면, 부산에서 막노동을 하며 살던 최씨는 지난해 5월께 창원시 신월동으로 주소지를 옮겼으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을 직권 말소했다.

이어서 최씨는 지난 1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비 지원을 받기 위해 가톨릭사회교육회관을 주소지로 삼아 다시 주민등록을 했고 2월에는 생계비 8만여원을 지원받기도 했으나 잠잘 곳을 마련하지 못해 이렇게 숨지고 말았다.

늘푸른쉼터 노명자(여·32) 실장은 1일 “숙소 문제 해결을 위해 10일 전부터 최씨를 찾았는데 결국 숨진 채 발견돼 착잡한 심정”이라며 “쉼터에 등록된 노숙자만도 20명을 웃도는데 도와 시는 부인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또 “끼니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잠잘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최씨처럼 숨지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치단체들이 엄존하는 노숙자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숨진 최씨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 점에 비춰 타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하는 한편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도 함께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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