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김나는 보리밥, 양볼 가득한 쌈밥…씹을 수록 ‘구수~’

몸이 움츠러지는 때다. 구수한 숭늉 한 그릇이면 몸도 맘도 따뜻해질 것 같다.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긁어먹는 맛을 떠올리며 돌솥밥 집을 찾았는데 보리쌈밥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창원시 중앙동 ‘인사동 보리쌈밥’. 몇 년 동안 싸고 맛있는 돌솥밥집으로 이름을 알리던 곳이 올해 초부터 보리쌈밥 전문점으로 탈바꿈했다. 시누이와 같이 일하던 이혜숙씨가 가게를 인수하면서 새 이름을 내걸었다.

메마른 초겨울에 먹는 푸른 밥상도 괜찮겠다 싶어 얼른 따뜻한 온돌 위에 올라앉았다. 맹물 대신 나오는 따뜻한 숭늉은 몸을 녹이면서 입맛을 돋운다. 차림표만 바뀌었지 반찬이나 기본적인 음식 솜씨는 변함이 없다. 이씨와 함께 주방 아줌마도 그대로니까.

10여가지가 넘는 반찬에 20여 가지 야채가 고루 섞여 한 소쿠리 가득 담겨 나온다. 밥그릇으로 대접이 나오는데, 밥은 베를 씌운 소쿠리에 모락모락 김을 내며 따로 담겨 나온다.

밥을 대접에 적당량으로 덜어 넣고, 시금치·콩나물·호박·도라지·고사리무침과 무채, 물김치를 한 젓가락씩 넣는다. 거기에 된장과 고추장을 한 숟가락씩 넣고 비빈다. 참기름도 한 방울 살짝 떨어뜨려 먹으면 더 구수하다. 이렇게 만든 비빔밥을 다시 여러 가지 신선한 야채에 싸먹는 것이 ‘인사동식’ 보리쌈밥이다. 양 볼이 불룩하게 한 입 가득 쌈밥을 넣고 우거적우거적 꼭꼭 씹어먹는다. 보리밥은 오래 씹을수록 구수하다.

보릿고개를 아는 나이든 손님들은 ‘보리밥은 돈주고 안 사먹는다’며 보리밥을 싫어하기 때문에, 식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쌀밥과 보리밥을 반반씩 내놓는다.

샤브샤브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끓는 육수에 버섯이며 여러 가지 야채를 담가 끓이면서, 아주 얇게 썬 쇠고기를 살짝 익혀 먹는 샤브샤브는 전골보다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샤브샤브는 보통 고급 접대음식으로 알려져 있어, 가격이 비싸 쉽게 엄두를 못 내는데 이 집 샤브샤브 가격은 1만원. 고급 음식점처럼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지 않고, 손님이 직접 야채와 고기를 담가 먹으면서 단가를 낮췄다.

싸다고 어설프게 맛을 흉내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신선한 쇠고기 뿐 아니라 20여가지 재료가 들어간 육수는 유명한 샤브샤브 전문집에서 직접 배워 와 이 집만의 비법이 담겨 있다. 남은 육수에 야채죽을 만들어 먹는데 웬만한 샤브샤브 전문점보다 낫다.

겨울철 특미로 김치와 돼지고기·버섯·야채가 어우러진 김치전골(6000원)도 얼큰하고 푸짐하다. (055)285-250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