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 변

오는 30일 두 개의 서로 다른 연극이 마산·창원·진해 관객들을 사이에 두고 한판 ‘격전’을 벌인다. 같은 날 다른 곳에서 무대에 올려지는 마산극단 객석과 무대의 <햄릿>과 창원극단 미소의 <흉가에 볕들어라>(30일 오후 4·7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 12월 14일 오후 4·7시 창원성산이트홀 소극장).
도내 연극계에선 같은 시기에 타극단과 함께 공연을 올리는 경우는 무척 드문 편. 지역의 시장성이라는 것이 중앙의 것들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 더욱이 타극단이 지역에서도 ‘대형 정통극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하기위해 대형공연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진해에서 또 다른 공연을 올린다는 건 어쩌면 ‘새로운 시도’이자 모험에 가까운 것이라는 평가를 들을만 하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공연을 준비중인 당사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될 창원극단 미소의 <흉가에…>는 과연 어떤 전략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는 것일까. 극단 연습실(창원 종합운동장내)을 찾아 극단 미소의 대표이자 연출자 천영형씨를 만나 설명을 들어보았다.

- <흉가에 볕들어라>는 어떤 작품입니까.

△ 천영형(이하 천) = 출연진은 12명 정도고, 제작비는 대략 3400만원 정도가 예상되는데요, 이 작품엔 우리 전통신앙인 가신신앙의 집귀신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가신들이 가족의 번창과 액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달리 생전 욕망에 사로잡혀서 죽은 인물들이 30년동안 가신 행세를 할 뿐이죠. 흉가(몰락한 남부자의 집)에서 만난 귀신인 남부자와 사람인 파북숭이가 내기를 하게 되는데, 가신행세를 하는 귀신들을 흉가에서 몰아내는 내기를 하게 되는 거죠. 이 내기 과정에서 서로 속이고 배신하고, 결국엔 귀신과 파북숭이 모두 몰락한다는 얘기입니다.

-이해제가 원작인 이 작품은 사천극단 장자번덕에서도 지난 해에 공연할 정도로 종종 무대에 올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 작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천 = 원작은 경상도 방언, 시적 은유와 상징이 잘 혼합된 노래와 사설로 인간욕망을 부질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극단이 준비하는 이번 공연은 원작이 가진 다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해학적인 웃음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기자들에게도 원작에 기대기보다는 슬프거나 비애감이 느껴지는 부분에도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보라고 말하죠. 또 원작에선 작품전체가 노래와 사설로 되어 있는데, 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 극성을 높이려고 합니다. 또한 음향도 장면에 적절히 맞춰지는 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작품을 준비해 왔습니까?

△ 천 = 대본 수정작업은 9월초에 대략 마쳤고, 9월 중순부터 남부자나 파북숭이같은 주요인물들은 대본연습을 해왔고,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대본연습을 하고 있죠. 10월 중순부터는 큰 틀의 배우 움직임과 대사를 함께 연습하고 있습니다. 10월 중순부터는 평일에는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주요인물들이 극단 연습실에서 계속 작품을 준비해 왔죠.

-같은 날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선 마산극단 객석과 무대의 <햄릿> 공연이 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습니까?

△ 천 = 뭐 진해와 창원이 생각보다 멀잖습니까, 그리고 <햄릿>이 나름의 빛깔이 있듯이 우리 극단의 <흉가에…>도 제 빛깔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햄릿>은 12월 1일에도 공연이 있으니 그날 공연을 보고, 11월 30일에는 우리공연보면 딱 맞겠네요. (웃음) (017)590-9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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