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치고 무친 시골 채소 반찬에다가 오로지 미꾸라지만…

가을이 갔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사이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노란 은행낙엽을 밟으며 가을 잡으러 추어탕 집을 찾았다. 추어탕은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즐겨 먹지만, 제철인 가을에 먹는 추어탕 맛 또한 별미다.

   
 
 

마산 오동동 가야추어탕. 개업한지 1년이 조금 지났지만, 술집이 많이 들어선 지역이다 보니 해장용으로 벌써 소문이 많이 났다. 주인 김경자(여·41)씨는 오랫동안 갈비집을 해오다가 지난해 추어탕 전문점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앞으로 꼭 ‘20년’할 음식점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다. 고깃집을 할 때부터 주인아줌마의 손맛에 반한 단골들이 아줌마를 쫓아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촌에서 자란 김씨는 데치고, 무치고, 삶은 채소가 푸짐한 시골 반찬을 좋아한다. 이런 시골반찬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추어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맛있다는 추어탕집은 다 돌아다니면서 맛을 보고 자신만의 추어탕 맛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계속 색다른 추어탕 맛을 찾기 위해 목하 연구중이란다. 추어탕에 다른 건 일절 섞지 않고 미꾸라지만 쓴다.

그래서 이 집에서는 얼큰한 추어탕 뿐 아니라 함께 나오는 정갈한 시골반찬도 입맛을 당긴다. 반찬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2가지를 내놓는다. 추어탕을 못먹는 사람들이 반찬만으로도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찬은 제철음식으로 신경을 쓴다. 음식 맛에 최고로 치는 게 신선도다. 그래서 늘 아침에 어시장에 가서 반찬거리를 준비하는데 싼 재료보다는 신선한 재료가 중요하다. 반찬이 지겹지 않도록 장아찌 종류의 밑반찬은 많이 안 만든다.

추어탕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그날 팔 양만큼 추어탕을 한 솥 끓여서 하루종일 쓰고, 떨어지면 일찍 마친다. 아직은 미꾸라지 씻을 때가 가장 힘들단다. 소금을 쳐서 미꾸라지가 해감을 토하면 미끌미끌해지는 데 그걸 빡빡 씻어내야 비릿하지 않다. 미꾸라지 특유의 향을 없애지 않고 맛을 내기 위해 ‘뭔가’ 들어가는 게 있는데 비밀이다. 국 간장은 집에서 직접 담근 간장을 쓰고, 시래기와 숙주, 조핏가루 등 모든 양념이 조화가 돼야 제 맛을 낸다는 게 김씨의 설명.

김씨는 “음식하는 사람은 프로정신이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식이 있어야 하고, 늘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 같다”며 “20년동안 한결같은 맛을 낸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쇠고기국밥도 하다가 전문성을 위해 추어탕만 한다. 가격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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