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과 무대, 웨이트트레이닝…펜싱까지 사실주의 도전위한 치밀한 준비

총출연진 30여명, 창원대 의류학과 김여숙 교수가 직접 의상디자인, 의상제작비 700만원, 무대제작비 2000여 만원, 4개월에 가까운 제작기간, 연출개런티를 제외한 총제작비 6000만원, 공연시간 총 2시간 20분.
지역극단에선 거의 보기 힘들었던 정통사실주의 셰익스피어 연극에 대한 대략적 수식어다. 연극은 다름아닌 마산극단 객석과 무대의 <햄릿>(연출 문종근).
9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제작진은 기존 지역연극계 공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오는 30일과 내달 1일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는 두 주인공을 찾아 그들이 말하는 ‘햄릿’과 ‘오필리어’에 대해 들었다.
햄릿역을 맡은 김민기(34)씨는 대학로 연기생활 9년, 경기도립극단 상임연기자 생활 4년을 거쳐 지난해 마산으로 내려와 극단 마산에서 활동중이다. 올해 무대에 올려진 <물고기 남자>에서 주연 이영복 역을 맡은 바있다.
오필리어를 맡은 박상희(24)씨는 대학 1학년때부터 연극에 빠져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시작으로해 지난해부터 극단 객석과 무대에서 상임연기자로 활약하고, 올 5월 <칼맨>에서 자폐증 여인 영애역을 맡기도 했다.

-김민기씨가 햄릿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습니까· 그리고 김민기씨가 보여주고 싶은 ‘햄릿’은 어떤 모습이죠·

△김민기 = 예전보다는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주려합니다. 햄릿에 대한 지배적 이미지는 고뇌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자신이 놓인 복잡한 상황속에서 좀처럼 결단을 못내리는 모습이죠. 하지만 저는 복수를 하기 위해 왕을 죽일 결심을 하고 그 시기를 치밀히 계산해 행동하는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 비교적 공연시간이 길어 상당한 체력을 요하거든요.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를 매일1~2시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의 구체적인 연기를 위해 준비하는 게 있다면요.

△김 = 레티어스와 햄릿의 결투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하려고 지난 1일부터 합포여중 펜싱부에서 특별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2~3시간씩 열흘간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정말 쉽지 않네요. 대본연습 4~5시간이 차라리 편하다고나 할까요.

-박상희씨는 오필리어 연기장면을 위해 전체 연습 이외 따로 연습하는 게 있습니까·

△박상희= 미친 척하는 거 주로 연습해요. (웃음). 작품 중후반이 되면 오필리어가 미쳐가는데, 그때 노래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마산의 한 음악 아카데미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레슨을 받고 있죠. 또 극단 연습실에 와서 노래연습을 매일 집중해서 하고 있고요.

-관객들은 어떤 오필리어를 기대할 것 같습니까·

△오필리어(박상희) = 오필리어는 초반엔 행복하고 맑은 여인이나 사랑을 잃어 고뇌하는 여인, 아버지와 연인을 함께 잃어서 미쳐버린 가련한 여인 등으로 성격이 많이 변합니다. 자연히 대본을 받곤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할까요. 맡은 배역에 대해 연기자가 100% 연구를 해야겠지만, 그런 생각만 하니 부담에서 헤어날 수 없더군요. 그래서 우선 햄릿을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자고 맘먹었죠. 그 마음이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겠더군요. 어떤 특징적인 성격을 창조하기보단 대본의 오필리어로 내 자신이 동화되고 싶어요. 그 모습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그럼, 신파극이 되나요·
보통 사람들은 영화한편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연기자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지역예술인들도 그에 못지않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무지하다.
지역의 문화를 살찌우는데는 관객의 관심이 갈수록 절실해지는 이 때, 지역에서 만날 대형연극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벌써부터 그들이 보여줄 햄릿과 오필리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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