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0일 오후 9시(한국시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가슴뿌듯한 자부심이 벅차오르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김대통령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도 그토록 기구하고 파란만장했던 정치역정의 끝자락에서 얻은 알찬 결실이요, 숱한 억압을 극복하고 고통을 인내해 온 값진 보람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여유만 있었다해도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광에 온 국민이 서로 부둥켜안고 벅찬 감동을 공유하면서 마냥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상의 영예에도 불구하고 고달픈 현실에 처한 우리의 심경은 실로 착잡하기가 이를데 없다. 게다가 미구에 펼쳐질 국내의 정치·경제가 위기로 치달아 불안을 느끼고 지역편중 인사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불만이 쌓이는가 하면, 국민에게 약속한 언행이 일치되지 않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흔히들, 최근의 정국을 빗대어 ‘위기로 치닫는 총체적 난국’으로 표현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대통령이 출국인사에서 밝힌대로 ‘귀국과 함께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국정개혁을 단행하겠다’고 한 다짐을 주목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귀국과 동시 김대통령은 보다 획기적인 큰틀의 정치를 구축하는 동시에 지체없이 과감한 정치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근간에 이르러 불만이 쌓이고 쌓여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다수 국민의 격앙된 감정을 어떻게 누그러뜨리고 새로운 확신을 심어줘야 할지를 정치핵심권은 잘 아리라고 믿는다.

‘국민의 정부’ 출범초기에 강력하게 내세웠던 개혁추진이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채 개혁후퇴 아니 실종으로 비쳐지고 말았다. 특히 젊은 피를 수혈해야 된다고 외치며 검증받지 못한 젊은 기업인들이 저지른 천문학적 거액을 빼돌린 사건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하다.

앞으로 당정과 청와대의 대폭적인 물갈이로 정면돌파를 시도하기 보다 일관된 개혁만이 불신의 낡은 앙금을 씻어내고 신뢰의 새싹이 가꾸어지리라 확신한다. 이제 노벨평화상 수상의 큰 뜻과 무한책임이 성숙된 내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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