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삼겹살 시큼한 김치‘지글지글’하루의 스트레스‘와글와글’날려보내

이른 아침, 출근하는 해군들의 자전거 물결은 지금 생각해도 진풍경이었다. 10년 새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많이 바뀌어 지금은 보기 드문 광경이 됐지만, 자전거는 진해에서 여전히 친숙한 교통수단이다.

   
 
 
멀리 집 떠나와 혼자 사는 젊은 군인들은 훈련을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허기졌다. 요즘이야 군대에서도 밥이 아쉽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때만 해도 ‘정량’인 군대 밥만으로는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배도 채우고 소주 한잔 걸치고 싶을 때 젊은 군인들은 ‘동전집’을 찾았다.

여섯 평 남짓 되는 가게 안에는 둥근 양철 탁자가 다섯 개 놓여 있다. 20여년 전부터 변함 없는 모습이다. 주인은 서너 번 바뀌었지만, 이 집만의 별미 ‘돼지김치구이’는 그대로이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굽다가 가끔 김치를 올려 같이 구워먹기도 하는데, 이 집은 아예 김치와 돼지고기를 한데 섞었다. 오목하고 넓적한 철판에 삼겹살과 김치가 볶음밥처럼 나온다.

돼지기름에 구워진 김치와 삼겹살 한 점을 같이 집어먹으면, 시큼한 김치와 구수한 고기가 조화를 이뤄 절묘한 맛을 낸다.

김치를 많이 넣어도 짜지 않다. 반찬으로 내는 김치, 더구나 젓갈류가 많이 들어간 경상도식 김치는 짜서 안 된다. 주로 소주 안주로 먹기 때문에 고기 맛을 살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돼지김치구이용’김치를 따로 담근다.

새우젓을 쓰는 게 아니라 생새우와 띠포리를 푹 고아 육수를 만든다. 식은 육수를 넣고 마늘과 고춧가루를 조금만 넣어 버무린 뒤 발효시킨다.

발효시킬 때는 담근 김치를 꾹꾹 눌러 큰 돌멩이를 얹어 압축시키는데, 그러면 김치가 고들빼기처럼 고들고들해진다.

고기를 다 먹을 때쯤이면 밥을 볶아준다. 고기로 어느 정도 배를 채웠지만, ‘마법의 밥’은 배가 불러도 한정 없이 들어간다. 여름철에는 열무김치가, 겨울철에는 시래기 국이 국물로 나온다.

요즘은 군인들보다는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밥과 술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부담 없이 많이 찾는다.

사람냄새 나는 목로주점 같은 분위기 때문에 나이든 단골도 많다. 가게가 좁아 탁자마다 손님이 차면 좁은 공간은 ‘지글지글’ 돼지김치구이 굽는 소리와 ‘와글와글’하루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사람들로 스포츠 실황 중계석이 따로 없다. 돼지김치구이 1인분이 6000원, 두 사람이 가서 김치돼지구이와 밥을 볶아먹고, 소주 2명 마시면 2만원 정도 나온다. 오후 5시에 문을 열어 밤 12시까지 한다. (055)546-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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