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야생차 고을 화개면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안성업(61)씨. 그는 오늘도 <화개타령> <화개 아리랑>을 불러 주기를 원하는 곳이면 동네 잔치가 됐든 향토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강의가 됐든 상관하지 않고 달려간다.

하동군 야생차 고을 화개면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안성업(61)씨. 그는 오늘도 <화개타령> <화개 아리랑>을 불러 주기를 원하는 곳이면 동네 잔치가 됐든 향토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강의가 됐든 상관하지 않고 달려간다. 이렇게 좋은 고을에 살고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면서 물 맑은 내 고장을 노래한 <화개 타령>과 <화개 아리랑>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맙기만 한 것이다.
‘지리산 상봉에 물박달 나무/ 홍두깨 방맹이로 다나간다/ 홍두깨 방맹이는 팔자가 좋아/ 큰애기 손길에 다녹아난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고개로 넘어간다/ 지리산 상봉에 비사리 나무/ 회오리 바람에 단풍이 든다/ 단풍이 들면은 어떻게 드냐/ 뾰로족족 노랑탱탱 단풍이 든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넹기도라/(화개아리랑).’
4~5년전 화장품 외판원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 우연히 화개장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 고을에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화개타령이 있는데 지금은 들어 볼 수가 없어 아쉬워”하던 말씀이 가슴에 남아 어릴 때 할머니·어머니가 부르시던 노래가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꼭 우리 고장 노래는 기록으로 남기리라고 생각했다.

“중학교도 제대로 안 나온 사람이 책을 내리라곤 생각을 못했지만 예전 어머니가 일을 하며 부르시던 노래에 대한 기억이 뚜렷했어. 이상하리만치 나는 한번 외운 것은 잘 안 잊어버렸거든. 그래서 병도 얻었지만. 16살때 공부를 너무 하다 병이 난거야. 20살이 훨씬 넘어서야 괜찮아졌지. 그래서 중학교 졸업장을 못 받았어.”

순전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한장씩 나눠 주기 위해 복사지로 100장을 찍어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정주석(71) 선생님이 “이렇게 좋은 민요를 종이조각으로 주면 나중에 휴지통에 들어가 네가 고생한 보람도, 기록도 없게 되니 문화원에 가지고 가라”고 해서 문화원을 찾았고, 올 4월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 이후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하동구비문학 현지조사’를 위해 안씨를 찾하동군 야생차 고을 화개면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안성업(61)씨. 그는 오늘도 <화개타령> <화개 아리랑>을 불러 주기를 원하는 곳이면 동네 잔치가 됐든 향토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강의가 됐든 상관하지 않고 달려간다.아오고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할만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안씨의 기억력은 다른 잊혀져 가는 것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

8살 때 여순반란사건을 겪고 15살에 휴전이 되면서 화개마을을 끼고 있던 지리산은 빨치산들로 가득했고 밤만 되면 화개마을로 내려왔다.

그때 들었던 <빨치산 아리랑> <깊은 밤> 등이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속에 남아 있다. 얼마 전 TV의 북한소식 방송에서 들려주었던 <북한 아리랑>이 그 당시 들었던 <빨치산 아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 며느리한테 내가 빨치산 노래를 알고 있다고 하니까 ‘어머니! 그런 노래 부르면 큰일나요’ 하더라구. 그때부터는 입을 다물었지. 하지만 통일이 되면 꼭 부를테야.” 이젠 괜찮다고 했더니 그래도 아니라며 손을 내저으며 망설인다.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을 어서 가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지리산을 어서 가세.’

쉰 일곱이 되던 해에도 정주석 선생님 퇴임식 날에 맞춰 주름살이 가득한 할머니들이 마산을 찾았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모든 사람들의 우려속에 무대로 올라갔고 42년만에 우리 노래 <선생님 은혜>(<스승의 은혜> 전 노래로 추정)를 음정 하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불러 박수를 받았다.

‘어리고 철없는 동서불별의 우리들/ 사랑으로 손잡아 마음껏 가르치신/ 우리 우리 선생님/ 잊을쏘냐 그 은혜/ 아침이나 저녁이나 항상 그 마음.’
34살에 남편과 사별을 하고 노래를 친구삼아 타령을 위안삼아 아들 둘을 키워 이젠 공기맑고 조용한 ‘삼태다원’이라는 지리산작설 녹차를 재배하고 있는 안씨는 며느리에게 노래를 전수하며 녹차잎을 따다 허리를 펴며 화개마을을 휘 둘러볼 때 행복감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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