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도내 무용계는 해방 이후 최고의 전환점을 맞은 해라고 할 수 있다.

제8회까지의 전국무용제에서 이렇다 할 상을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던 경남이 창원에서 제9회 전국무용제를 무난하게 치른데 이어 경남대표로 출전했던 정진욱 무용단의 <훠~훨>이 대상과 함께 안무상을 수상하면서 침체돼 있던 지역 무용계의 분위기 쇄신은 물론 무용수들의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올 한햇동안 도내에는 ‘마산 결 무용단’과 ‘마산무용단’이 연이어 창단돼 지역 무용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민간단체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경남의 무용은 1950년대 김해랑 선생을 시작으로 오랜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 전국 시·도 중에서 하위권으로 처져 점점 하향 국면으로 이어져온 것이 사실. 그러나 올 한해의 움직임은 지금까지의 이러한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0월2일부터 열흘간 창원성산아트홀 일대에서 열린 제9회 전국무용제는 서울과 지역간의 수준격차를 줄이고 무용관객의 다양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고, 무엇보다 숙원이었던 전국무용제의 수상이 지역춤꾼들의 사기를 돋웠다. 이와 함께 그동안 도내 8개지부 무용수들의 친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관례적으로 치러지던 경남무용제(전 경남합동무용제)를 전국무용제 경선기간과 통합, 내실을 기하고 순번제를 탈피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즉 춤꾼들은 전국무용제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의지를 모아 ‘2000 경상남도 무용제’로 경선과 함께 경남합동무용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또한 8회까지의 전국무용제 대표 선정방식에서 순번으로 돌아가던 경남대표 선정 방식의 안일함을 탈피, 처음으로 경선을 치러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것도 그동안 지역무용계 흐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민간무용단체의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식, 한국 춤 전문 무용단 ‘마산 결 무용단’(단장 정옥경)이 창단돼 지난달 13일 창단공연 〈당신은 출구에 서 있습니다>를 마쳤으며, 지역민속무용의 연습공간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9월30일 창단된 마산무용단(단장 장남용)도 오는 27일 창단공연을 앞두고 있다.

해마다 있어 왔던 정기공연이나 개인춤판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지난 1월 ‘박경랑의 우리춤 2000-영남 춤의 맥을 찾아서’를 시작으로, 5월 ‘2000 경남명무공연’, 8월 ‘김경미의 춤’, 9월 춤패 터울림의 <꿈꾸는 나무 Ⅱ> 등. 또 지난 5월에는 성산아트홀 개관과 함께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국립발레단이 창원을 방문해 공연을 펼쳤고 이어 영·호남의 만남인 ‘목포·마산 교류 무용공연’이 무대에 올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외부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배타성이 강했던 흐름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2001년에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국무용제를 치르면서 아쉬움으로 나타났던 무용협회는 위상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한국의 공연예술이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구조조정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지역의 무용수들도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통한 자기개발에 힘써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재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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