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뽑은 쫄깃한 면발과 밥 한 공기

“변두리지만 단골 많은 비결이죠”

‘타악~ 탁, 탁 탁.’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형 주방 한쪽에서 널찍한 도마 위에 밀가루 반죽을 내리치는 소리가 우렁차다. 굵은 밀가루반죽 한 덩어리가 어느새 갈래갈래 얇은 면 줄기로 나눠진다. 이른바 ‘수타면’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마산시 교방동 서원곡 입구 맞은편에 있는 ‘무학산 옛날 왕손짜장’은 수타면 전문가게다. 손님이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수타면을 뽑아 요리를 한다.

2년 전 처음 장사를 시작한 주인 조호걸씨는 요즘도 아침 6시면 어김없이 가게에 나와 이날 하루에 팔 분량의 밀가루 반죽을 하며 준비한다. 조씨는 자신이 직접 뽑는 수타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집을 열기까지 그의 이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16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전산 프로그램 개발 업체를 직접 운영하다가 그것도 IMF체제이후 여의치 않아 문을 닫았다. 원래 식도락가 기질이 있던 조씨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중화요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맛 취향이 중국집 사장으로 변신을 꾀하게 했다.

중국집을 차리기로 맘먹고, 퇴근 뒤에는 인근 지역의 중국집은 다 들러서 음식 맛을 보고, 그렇게 단골로 가까워진 중국집 주인에게 요리 한 두가지를 배우게 됐다. 그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수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10년쯤이다. 개업을 하기 2년 전부터 아예 사무실 근처에 조그만 공간을 마련해 수타 연습을 했고, 아는 중국집에서 무료로 1년쯤 주방장을 하면서 중국 요리를 ‘마스터했다’.

중국집 하면 자장면, 이 집 대표메뉴 역시 ‘왕손짜장’(3000원)이다. 왕손짜장을 맛본 손님들은 ‘다음 단계’로 쟁반자장을 찾는데, 순한 쟁반자장(4000원)을 맛보고 이어 매운 쟁반자장(4500원)으로 코스처럼 찾게 된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왕손짜장의 자장은 100%순수 콩기름을 써 기름냄새가 나지 않고, 느끼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돼지기름을 안쓰니까 콜레스테롤도 없다. 여기에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쇠고기 다진 것,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 등 10여가지가 들어간 자장은 남기기에 아깝다.

그래서 밥 한공기를 공짜로 내준다. 남은 자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손님도 배부르고, 달그락 긁어먹으니 잔반이 별로 남지 않아 치우기도 쉬우니까 일석이조다. 이 집만의 자장을 맛있게 먹는 법이다. 지금은 ‘기막힌 육해짜장’을 개발 중이다. 고기와 해산물 등 좋은 재료를 풍부하게 써서 만드는 특별한 자장면이다.

변두리에 있지만 입소문이 많이 나서 단골이 꽤 많다. 입소문의 주역으로는 단연 개인택시 운전자들인데, 인근 학교 교사나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무료로 가르쳐 수타면 기술자를 양성해 분점을 만들 포부가 있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없단다. 젊은 사람 두 명이 몇 개월 배우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중도 하차했다.

부인 김말임씨는 ‘서비스의 달인’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친절해 사람들을 더 찾게 하는데, 깨끗하고 맛있고, 친절한 중국집에서는 배달과 주문을 미리 받진 않는다. 제 맛을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신 남은 자장은 포장해주거나, 자장만 포장판매하기도 한다.(055)223-0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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