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친구들과 생활하니까 적적하지 않아서 좋고, 거기에 내 바느질솜씨로도 작품을 만드는 게 좋지요”라며 노인주간보호센터의 한 할머니는 즐거운 듯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인다.

요즘 경남종합사회복지관 부설 노인 주간보호센터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13~14일 이틀동안 복지관 본관 3층 강당에서 열릴 ‘제2회 옛 생활문화전’을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동안 배운 솜씨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행사 탓인지 할머니·할아버지는 여느때보다 이른 시간에 주간보호센터로 나선다. 행사도 행사지만 우선 건강을 위해 매일 하는 일은 거를 수가 없다. 오전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고 운동으로 굳어 있던 몸을 푼다. 이어서 할머니·할아버지는 종이접기·생활영어·음악감상·치료레크리에이션·의사소통훈련·집중력훈련·언어치료 등 취미·교양·기능회복 프로그램을 받는다. 이러노라면 어느새 오전 일과도 후딱 지나간다. 도란도란 복지관에서 사귄 벗들과 점심식사를 끝마친 오후엔, 양방·한방·물리치료와 사회적·심리적 기능훈련을 받으며 치매예방 활동을 한다. 이곳은 치매노인·장애노인· 만성 퇴행성 질병노인·생활보호노인·저소득 노인 등 모두 64명이 이용하고 있다. 월별 이용자수는 1000명이 넘는다.

박위경(76)·김계연(76)·박두연(76)·이인규(76)할머니는 동갑내기로 이곳 주간보호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더 정겹단다.

오후 3시께 프로그램을 마친 뒤 할머니들은 실과 바늘을 찾더니 이내 작업에 들어간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전시회준비가 특별한 것은 일과에 충실하면서도 틈틈이 작품전시준비를 했다는 점이다. 수십년 쌓아온 꼼꼼한 바느질로 작품에 정성을 불어넣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박두연 할머니는 “집에서는 이런 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데 여기선 작품이라 할 것도 없지만 불우이웃들을 위해 만드는 게 마냥 즐겁다”고 말한다.

이인규 할머니는 “마산시 회성동이 집인데 친구도 있고 배움터도 있는 이곳 구암동까지 놀러 왔다”면서 “취미생활도하고 아이들에게 내가 직접 만든 선물을 주려니까 쑥스럽기도 하다”고 수줍어했다.

같은 시각 복지관 서예교실로 활용되고 있는 공동작업장에서는 황세흠(80)할아버지가 붓을 들고 한획한획 조심스럽게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 황세흠 할아버지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우선 나자신부터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하다”면서 “선조들의 명언을 통해 옛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곳 생활지도원 민지영 선생은 “노인분들이 무기력한 생활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가 강하다”면서 “이번 행사준비를 위해 할머니·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보기 좋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정성이 담긴 밥상보·복주머니·종이접기 작품과 폐품을 이용한 종이가방·항아리 작품·짚공예·서예·지점토공예 작품 등은 13일 오전 개회식을 시작으로 복지관 3층 전시관에 전시되고 일반인에게 판매된다.

또한 할머니·할아버지가 일일이 찻잔을 나르며 직접 운영하는 일일찻집도 연다.

작품판매와 일일찻집에서 모은 성금은 연말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되며 자신들보다 못한 독거노인에 김장을 담가 주기 위해 사용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수는 150점으로 짚공예 5점과 지점토공예 5점, 매듭공예 30점, 지공예 6점, 리스 1점, 바느질공예 136점(인형 50점, 생활주머니 30점, 복주머니 20점, 장식용버선 10점, 골무 10점, 밥상보 10점, 서예 6점) 등이다.

이와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윷판을 벌이기도 한다.

이웃을 생각하며 작품준비에 몰입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에 찬바람도 비켜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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