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회원구 합성2동 한 가정집. 지팡이에 의지한 채 대문을 열어주는 장복기(62)할머니는 이내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절뚝거리며 앞서 걷던 할머니가 안내한 방은 건물 한 모퉁이에 마련된 2평도 채 안되는 좁은 자신의 방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연탄가스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장복기 할머니는 잠자리에 들 때 가스에 중독될까봐 촛불을 켜놓고, 창문을 반쯤 열어놓아야만 잠을 청할 수 있다.

장복기 할머니는 결혼을 하지 못해 가족이 없다. 3살 때부터 소아마비로 왼쪽다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2급 지체장애인으로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향인 통영에서의 일이다. 소아마비를 앓던 자신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집안의 불화는 끊이지 않았다. 이를 견디다 못한 할머니는 20년 전 한 목사를 따라 스스로 집을 나와 마산에서 정착하게 됐다.

마산에 홀로된 할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가야 할 일이 막막했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길이 길거리에 널려 있는 캔·빈병·종이 등 폐품을 수집해 팔아 생활하는 것뿐이었다. 오후 7시 지팡이와 조그만 손수레를 갖고 거리를 나선다. 폐품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나 또는 할머니의 불편함을 알고 식당·노래방 주인들이 모아둔 곳 5~6군데를 돌아다니며 폐품을 수집한다. 수집된 폐품은 불편한 몸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기 힘든 상태라 또 다른 수집상에게 헐값으로 넘겨버린다.

몇 해 전 이렇게 폐품을 수집하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머리를 일곱 바늘이나 깁는 등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밤 12시쯤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인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은 한 달에 고작 2만5000원정도. 몸이 아플 땐 그것마저도 없다.

할머니의 생계비는 정부의 지원금 19만원이 전부다. 그 중 방세로 나가는 이자만 7만원이나 된다. 장복기 할머니는 왼쪽 다리를 못쓰게 된데다 최근 퇴행성관절염과 골다공증으로 그나마 폐품수집 벌이도 나가지 못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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