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시도 비해 그림 설명 부족해


지난 16일부터 대안공간 마루에서 열리고 있는 ‘창원 & 드로잉전’은 도내에서 보기 드문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일단 신선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창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마련된 이 전시는, 그래서 결과물로서의 전시보다는 준비 과정에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안공간 마루에 의해 기획된 이 전시는, 기획의도에 맞는 7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선정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원에 대한 일상적·심층적 자료를 검토한 후 개인별로 창원의 여러 공간을 체험하고 자료를 수집한 후 작품을 구상, 출품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이에 정동근씨는 의도적으로 낡은 듯한 느낌이 나도록 처리한 창원의 지도 위에 풍속이나 거리 풍경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으로 창원에 대한 기억을 담아냈고, 전인숙씨는 창원 외곽에서 바라 본 창원 도심풍경을 여러 개의 캔버스에 분할해 담았다. 김덕천씨는 돌과 숫자·기계부품·배설물 등의 오브제를 창원 아스팔트 도로 위에 얹어 표현했고, 김태홍씨는 창원 경륜장과 용지못 풍경을 크레용으로 의도적인 천진함을 드러냈다. 김성훈씨는 롯데백화점과 시청광장 풍경을 원래 풍경과 관념적인 풍경으로, 이강민씨는 소나무와 까치·개나리 등 창원의 상징물을, 김희곤씨는 창원의 거리들을 가볍고 맑은 느낌이 나도록 10장의 소품에 담아 표현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출품작이 작가들의 이전 주제와 표현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남다른 고민과 정성을 쏟아 부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 담백한 수채화를 즐겨 그려오던 김덕천씨나 물고기를 소재로 해온 김태홍씨, 인간의 얼굴을 부조 형식으로 담아오던 정동근씨 등이 그 예이다. 작가들이 입을 모아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고백하는 것도 같은 맥락.
이런 점에서 볼 때 전시의 성공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획전에의 경험이다. 작가와 화랑이 이번 기회로 기획전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고, 관객들도 “일반 전시보다는 기획전이 재미있더라”는 인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전시 과정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전시 자체에는 소홀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기획전이 작가들에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 것이라 볼 때, 그 의문에 대응해 작가들은 여러 가지 생각과 고충, 기타 의견들이 다양하게 생산되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관객과 더욱 원활하게 소통하기를 원했다면 ‘창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란 최초의 질문에 부응한 작가들의 대답들을 작품은 물론이고 작품 외 여러 가지 장치, 일테면 작품 설명 등을 통해 ‘이야기’를 생산해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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