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칼럼]개인적으로야 ‘내조’라는 말에 알레르기가 돋지만...

새 대통령을 뽑을 시기가 코앞에 닥치긴 닥친 모양이다. 정치뉴스가 늘어나고, 후보로 나선 이들의 하루하루의 행동거지가 시시콜콜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며, ‘계절이 계절이니만큼’철새(정치인)도 부쩍 늘어난 것을 보니. 모였다가 흩어지고, 이 편이 되었다가 저편이 되기도 하는 이 ‘정치의 계절’에 잦은 이 풍경들, 뭐 하루이틀 일인가.
그럼에도 소위 ‘오늘은 어제보다 낫다’는 낙관적 시선을 들이댄다면, 발전적 기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 수동적위치에 머물러 그저 정치판 돌아가는대로 놓아두지않고,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 모르지만 일을 벌이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므로.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 중에서도 여성계쪽에서 ‘평등대통령’을 뽑겠다 작정하고 보이는 움직임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평등한 시선을 가진 대통령이라~. 참으로 우리나라의 정세와 거리가 먼 아득한 바람인 것만 같지않은가. ‘평등대통령’이라면 여성을 인격체로 보고,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며, 입바른 소리로만 여성의 사회적지위에 걸맞은 대우 운운하지않는,‘정말로’‘진짜로’ 여성을 삶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그런 대통령을 일컫는 것일텐데, 글쎄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
적어도 이땅에서 나름대로‘여성주의적 시선을 가지고 있네’하고 자부하는 남성조차도 여성을 보는 시선엔 언제나 이중성이 짙게 깔려있는 이유이다.
그들은 여성 CEO든, 여성단체의 모임이든, 여성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선 ‘여성의 편’인 듯 부드럽고도 겸손한 얼굴로 절반도 실천되지않을 성 싶은 약속을 늘어놓는다. 또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니 어쩌니 하며 여성의 대단한 힘을 한껏 추켜세우다가도, 정작 자신의 문제로 돌아가면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참고, 인내하는 것’‘애는 뭐니뭐니해도 엄마가 키워야 되고’‘집안이 편해야 남자들이 밖에서 걱정없이 활동한다’고 하는 것이다.
나와 직접적 상관없는 여성들을 볼 때는, “왕성한 사회적활동이 보장돼야한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뒷받침안해줘서 큰일이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며 사회구조를 나무라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 태도는 또 달라진다.
멀리갈 것도 없이, 최근의 한 결혼정보회사가 낸 통계가 이런 남성들의 이중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통계에는, 혼자 벌어 먹고 살기는 힘드니 아내가 맞벌이하는 것은 좋고, 대신에 남자인 자신보다 사회적위치가 높아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그 ‘의식’. 편차가 있긴 해도 이런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울 남성은 많지않다. 하기좋은 말로는 여성을 보조적 위치에 머물게 하지않고 걸맞은 대우를 해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남성의)보조적위치’에 두고 싶어하는 심리가 깔려있는 게다.
내조 하니까, 생각나는 대목이 또 있다. 지금은 의원이 아니지만, 도의원을 지낸 그 여성분이 한 때‘~장’자리에 나서려고하니, 주위의 남자의원들이 그러더라는 것이다. “누님, 누님이 나를 좀 밀어주소”“누님이 나한테 좀 양보하소”, 그래도 포기안하니까“그렇게 감투를 쓰고 싶나”며 비아냥거리더라며 ‘현실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그 모습.
사실은, 이런 현실임에도 여성들이 연대해서 ‘평등대통령’을 뽑아보자고 힘을 모으려는 노력이 헛되지않길 바란다는 뜻으로 글을 시작했는데, 말을 시작하고 보니, 현실한탄이 길어지고 말았다.

안방정치,마음에 들진 않지만

여하튼, 다시 돌아가 말한다면, 그 여성연대는 절반의 유권자들이 힘을 합해 ‘무늬만 평등한’대통령말고, 명실상부한 대통령을 뽑기위해 후보부인을 검증하기로 했단다.
30년전의‘육영수여사’가 바람직한 영부인상으로 굳어있는 ‘지체된’우리의 의식을 뛰어넘을 ‘진정으로 내조를 잘 할’ 영부인상을 발굴해 보겠다는 의도란다.
영부인이야말로 ‘으뜸가는 비공식 참모’노릇을 하니, 현실적인 방안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야 ‘내조’라는 말에 알레르기가 돋지만, 조선시대 여인네들 방식의‘안방정치’가 자꾸 겹쳐 썩 내키지않지만, 뭔가 길을 모색해보려는 여성들의 노력에는 점수를 줘야할 것 같다.
그나저나 검증이 잘 돼야 될텐데, 그리하여 여성이지만 ‘남성적인’시선을 가진 여성유권자들이 주체적 힘을 가져야 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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